소액주주 울리는 크래프톤..공모가 못 넘는 주가에 개미들만 '발 동동'

반진욱 2021. 11. 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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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공모가 대비 주가수익률(11월 4일 종가 기준)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라는 화려한 배경을 갖고 주식 시장에 등장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공모가(49만8000원)를 넘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스피 데뷔 이후 최고점은 공모가 대비 2.2% 오른 50만9000원에 그친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2배 이상 상승한 현대중공업,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등과 비교하면 성적은 더 초라해진다. 기업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글로벌 히트작인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굳건하고 M&A와 자산 투자는 게임 업체 중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실적·신작 발표·대형 인수합병, 연기금의 대량 매수 등 온갖 호재에도 크래프톤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따상’은 고사하고 공모가도 못 넘는 주가에 소액주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크래프톤 상장으로 돈을 번 사람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비롯한 일부 대주주뿐이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상장 전 주주들의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이 주가가 부진하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IP가 없다면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경DB>
▶높은 공모가가 발목

▷예고된 주가 부진

투자 업계는 크래프톤 주가 부진이 예견된 사태라고 바라본다. 높은 공모가,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의 자금 부족 등 악재가 명확했다는 이유에서다.

크래프톤은 상장 전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에 시달려왔다.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부터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모가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당시 크래프톤은 게임·콘텐츠 기업 7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45.2배를 적용, 35조원의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문제는 비교 대상 기업의 면면. 크래프톤과 비교가 적절치 않은 회사가 다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디즈니(PER 88배), 워너뮤직그룹(PER 38배), EA(PER 133배)를 비교 기업군에 넣은 것은 지나치게 PER을 부풀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실제 크래프톤과 세 회사는 사업 분야·규모 등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디즈니는 마블 시리즈를 비롯해 세계적인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콘텐츠 회사다. 사업 분야도 OTT, 영화, 드라마, 테마파크 운영 등으로 다양하다. 워너뮤직그룹은 음반 매출이 85%가 넘는 ‘음악’ 회사다. 두 기업 모두 게임이 주력인 크래프톤과는 사업 구조가 완전 다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게임 회사인 EA는 규모 면에서 크래프톤을 압도한다. ‘피파’ ‘배틀필드’ ‘심즈’ 등 인기 게임 IP를 대거 보유했다. 플랫폼 사업 ‘오리진’도 별도로 운영한다. 매출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게임 하나에 의존하는 크래프톤과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나마 비교 대상 중 크래프톤과 매출 규모, 사업 구조가 비슷한 기업은 넥슨(PER 12배)이다. 넥슨보다 약 4배 가까이 높은 PER을 산정하면서 크래프톤 주식은 ‘비싸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주식 물량을 떠받쳐줄 기관투자자의 자금 부족도 주가 부진에 한몫했다. 지난해에 비해 공모 대어가 급증한 탓에 기관들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이 줄었다. 크래프톤 수요예측에 참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대어급 종목이 3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SD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종목이 4개가 상장했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 수요예측 때는 중소형 기관 자금 동원력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기관투자자 대규모 매도를 막아주던 ‘의무보유확약’도 곧 끝이 난다. 의무보유확약은 상장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주가 특정 기간 동안 주식을 의무로 보유하도록 한 제도다. 크래프톤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오는 11월 10일 해제된다. 이후 6개월 보호예수 물량까지 차례로 풀릴 예정이다.

자금 확보에 나선 기관사들이 주식을 매도하면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들어온다. 주가는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9월 10일 크래프톤 1개월 보호예수(222만주) 물량이 해제됐을 때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4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하락, 보호예수 해제 당일까지 총 12.2% 감소했다.

▶결국엔 ‘단일 IP’ 벗어나야

▷제2의 ‘배그’ 나와야 기업가치 UP

여러 악재에도 크래프톤 주가가 소폭 상승할 여지는 있다. 11월 12일부터 MSCI한국지수에 편입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MSCI한국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MSCI한국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70조~80조원 수준이다. 크래프톤이 MSCI지수에 포함이 된다면 패시브 자금이 시장에 들어온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배틀그라운드를 뛰어넘을 새로운 작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크래프톤이 롱런하려면 미래 기술과 IP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 단일 IP에만 집중하는 기존 업체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흥행 여부와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 인수가 중요한 이유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펍지스튜디오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 배틀로열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 만들었다. 현재 사전 예약자만 5000만명을 넘어선 기대작이다. 11월 11일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정식 공개한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2022년 하루 매출이 104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흥행이 성공하면 그간 크래프톤이 갖고 있던 원게임 리스크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언노운월즈’ 인수도 크래프톤 가치 상승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확률이 크다. 크래프톤은 10월 29일 언노운월즈를 7억5000만달러(약 8787억원)에 인수했다. 언노운월즈는 2001년 미국에서 찰리 클리블랜드와 맥스 맥과이어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대표작은 누적 판매량만 850만장에 달하는 인기작 ‘서브노티카’ 시리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언노운월즈 인수는 크래프톤에 매우 중요하다.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 다양한 IP 확보 등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공식은 여러 개의 좋은 IP를 획득한 후 이를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능력 있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것은 장기 성장동력원 확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3호 (2021.11.10~2021.1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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