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에 밀리고 메가에 치이고..커피 업계 1위 이디야, 아 옛날이여~

노승욱 2021. 11. 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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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자랑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가 흔들리고 있다. 매장 수는 답보 상태고 실적은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커피 시장이 저가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로 양극화되며 ‘중가 커피’인 이디야의 브랜드 정체성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이디야가 저가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로 양극화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논현동의 이디야커피 본사. <최영재 기자>
▶3500호점 돌파? 500개는 ‘허수’

▷폐점 매장도 집계…‘외형 뻥튀기’ 논란

이디야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3500호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01년 첫 매장인 중앙대점을 오픈한 이후 20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디야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5년 이상 생존율이 33.2%에 불과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공개된 이디야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이디야의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직영점 10개를 포함해 총 2885개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늘어난 매장을 포함해도 현재 3000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3500호점은 그간 폐점한 매장 수를 모두 더한 것으로, 실제 운영 중인 매장 수와는 500개가량 격차가 있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 수 부풀리기’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이는 업계 순위를 매길 때 점주들의 실질적인 수익성 지표인 면적당(평당) 매출이나 폐점률 대신, 점포 수를 기준으로 삼는 잘못된 관행에 기인한다. 일례로 BBQ는 2016년 폐점한 가맹점과 식재료 등 물품만 공급하는 ‘단순 취급점’까지 가맹점으로 집계해 공정위로부터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와 신규 가맹점 모집 제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디야는 이 같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외 홍보는 폐점 매장도 합산 발표하지만, 공정위에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는 실제 운영 매장만 기재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디야식 계산법이라면 편의점은 진작에 10만호점 가까이 됐을 것이다. 불과 수십 개 매장 수 차이로 치열하게 선두를 다투는 CU와 GS25도 매년 500개 이상에 달하는 폐점 매장을 포함하면 외형이 더 커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 폐점률도 높아졌다.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이디야의 지난 3년(2018~2020년)간 신규 개점 수는 300여개로 정체된 반면 계약 해지 매장은 41개→50개→81개로 계속 늘었다. 폐점률 역시 같은 기간 1.7%→1.9%→2.7%로 상승했다.

지난해 이디야 가맹점의 면적당 매출은 평균 657만원을 기록, 전년(842만원) 대비 185만원(22%) 급감했다. 20평 규모 이디야 가맹점이면 1년간 3700만원(185만원×20)의 연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가맹점별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점포당 매출도 2019년 평균 2억1693만원에서 지난해 1억8704만원으로 2989만원(14%) 후퇴했다.

이디야 본사도 실적이 뒷걸음쳤다. 지난해 매출 2239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은 32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억원 줄었다.

이에 대해 이디야 측은 ‘상생 경영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디야 관계자는 “본사 영업이익 감소는 가맹점 어려움을 분담하기 위한 상생 경영 때문이다. 이디야는 지난해 전 가맹점에 로열티(월 25만원) 면제, 원두, 방역 물품 등을 지원했다. 배달 활성화를 위해 배달 서비스 키트, 배달 할인 쿠폰 프로모션 등도 다방면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는 성장세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이디야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스타벅스는 올 상반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위해 전 가맹점에 100만원과 방역 물품을 지급하고도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4.7% 늘었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가맹점이 400개 이상 늘어난 데다, 폐점 매장은 지난해 7개, 올해 1개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이디야 점주가 메가커피로 간판을 바꿔 단 매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은 과제는

▷고가·저가 커피 속 ‘낀디야’ 벗어나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선 이디야가 스페셜티 커피와 저가 커피 사이에 ‘낀 브랜드’ 신세로 전락한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디야는 2010년대 중반에는 ‘저가 커피’로 불릴 만큼 상대적으로 가성비를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더 저렴한 커피가 나오며 ‘중가 커피’로 포지셔닝이 ‘강제 조정’됐다. 그렇다면 저가 커피보다 고급스럽고 스페셜티 커피보다 가성비 좋은 매력을 보여줘야 했는데 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 흐름은 스페셜티 커피와 저가 커피로 양극화되고 있어 중가 커피인 이디야는 브랜드 정체성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 메뉴 혁신, 브랜드 재정립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커피 소비 패턴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은 영업 제한 조치와 감염 우려 탓에 매장 내 체류 대신 ‘테이크아웃(포장)’ 소비가 많았는데,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 다시 ‘내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영업하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에서 이디야로 넘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디야 측도 이 같은 기대감을 내비친다. 이디야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외부 출입과 홀 이용을 자제하는 고객이 증가하며 가맹점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며 가맹점 매출 또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11월부터 시행된 위드 코로나로 시장이 이전처럼 활성화되며 이디야 가맹점 매출 또한 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3호 (2021.11.10~2021.1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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