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옹호' 사과하러 광주 찾은 尹..끝내 추모탑 못간채 참배

진창일 2021. 11.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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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 추모탑 앞 50m 지점에서 참배 대신 묵념

“5월 영령에 사과할 자격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겠다”며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식을 잃은 어머니 등은 끝내 추모탑 앞을 내어주지 않았다.


尹, 추모탑 앞에 못 서고 참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10분쯤 경찰과 지지자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과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도우려는 지지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윤 후보는 이날 민주의 문에서 약 200m 거리의 참배광장까지 걸어나갔지만, 5월 영령에게 추모하는 제단이 놓인 추모탑을 약 50m 앞둔 지점에서 가로막혔다.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시민들이 윤 후보를 가로막아서다.

윤 후보는 10여 분간 대치상황이 이어지던 중 5·18 민주묘지 참배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추모탑에 이르지 못한 채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5월 영령에 대한 참배는 추모탑 앞에 놓인 제단에서 분향하는 것이 공식 절차지만, 윤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


추모탑 앞에 선 어머니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방문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추모탑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윤 후보를 막아선 것은 대진연과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가족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떨어지는 빗발을 견디며 추모탑 앞에서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부정·모욕은 민주주의 역사 부정”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윤 후보가 지난달 부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논란을 일으킨 발언을 한 데 대한 항의였다.

윤 후보는 참배를 마치고 광주시민을 향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는 40여 년 전 5월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자-반대 시민 간 신경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5·18 국립묘지로 입장하는 가운데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들이 추모탑 앞 공간을 지키고 서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윤 후보는 자신을 막아선 유족과 시민들에 대해 “그분들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5월 영령 앞에 분향은 못 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5월 및 시민단체들은 윤 후보가 광주를 찾기 전부터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5·18과 광주를 이용하려는 정치 이벤트”라며 “국민은 5·18 광주 학살자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되풀이해 온 위기 수습용 사죄 퍼포먼스를 진절머리나게 보아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윤 후보가 광주를 오면 안 된다”라고도 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 전부터 거센 파장이 있었기 때문에 5·18 국립묘지는 그의 지지자와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참배도 못 하게 하느냐” 반발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참배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5·18 민주묘지에 머무는 동안 그를 가로막는 대진연과 시민들의 반발에 대해 “왜 오지도 말라고 하느냐”, “참배조차도 막느냐”고 항의했었다.

반대 시민과 지지자들의 충돌을 우려한 5·18 국립묘지 관계자가 중재에 나서자 한 시민이 “윤 후보가 5·18 민주묘지에 참배할 자격이 있느냐”며 답변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관계자는 고심 끝에 “5·18 민주묘지는 누구라도 참배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의사 표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올라가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위해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윤 후보는 5월 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요구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포함’에 대한 답변도 했다. 윤 후보는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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