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소수 난리인데 불안해 말라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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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 오판하더니 대통령은 뒷북
한·중 외교장관 회동에서도 논의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수 수급과 관련해 “정부는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해외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민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매점매석에 대한 단속 ▶국내 수급 물량 관리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외교적 총력을 지시하고 하루 만에 다시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불안해할 만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마다 길게 줄을 서고, 차량용 이틀분인 10L를 산 시민이 “이마저도 고맙다”고 할 정도다. 외교적 총력을 기울였다는데 호주에서 요소수 2만7000L, 베트남에서 요소 200t(요소수 20만L) 도입만 확정됐을 뿐이다. 환경부가 추정한 국내 차량용 요소수 하루 사용량인 600t(60만L)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개국과 협의 중이라지만 ‘요소수 대란’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오판이 가장 컸다고 본다. 지난달 11일 중국이 요소 수출제한 조치에 나서고 곧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이달 초에야 청와대가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논의했고 다음 날에야 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처음엔 비료 문제 정도로 생각했고, 요소수 문제가 크게 될지 몰랐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몇 차례 수습 기회도 놓쳤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양자회담이 지난달 29일 있었다. 이미 국내 언론에서 대문짝만 하게 요소수 대란이 보도되던 때였다. 정 장관은 그러나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요소수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던 때 정부 대응과는 천양지차다. 일본에 강하게 항의하고 대체선 확보와 국산 소재 개발을 독려했었다. 이번엔 국민이 고통을 받은 후에야 콩 볶듯 부산하게 움직인다. 마스크 대란이나 백신 수급 문제 때의 재판이다. 도대체 무엇을 배웠나. 청와대에선 “대통령 임기 말이라 공무원들이 안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인다”는 말도 흘러나오는데, 염치없는 얘기다. 생색내는 자리엔 청와대가 앞장서더니 욕먹을 땐 공무원 뒤로 숨겠다는 것밖에 더 되나.
문 대통령은 이런데도 어제 유럽 순방 성과를 길게 홍보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관심사가 이러니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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