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내가 왕이 될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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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은 전국의 관상가들을 불러 놓고 왕 노릇을 하며 놀다가 김내경을 발견하곤 다가와 묻는다.
중국 당나라 때 관상학의 대가 마의선사가 하루는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를 하러 가는 머슴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며칠 후 마의선사가 다시 머슴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의 얼굴에 어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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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은 전국의 관상가들을 불러 놓고 왕 노릇을 하며 놀다가 김내경을 발견하곤 다가와 묻는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중국 당나라 때 관상학의 대가 마의선사가 하루는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를 하러 가는 머슴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의선사는 머슴에게 “얼마 안 가서 죽을 것 같으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머슴은 그 말을 듣고 낙심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할 때, 계곡물에 떠내려오는 나무껍질 속에서 수많은 개미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보였다. 머슴은 자신의 신세와 같은 개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나무껍질을 물에서 건져 개미들을 모두 살려주었다.
며칠 후 마의선사가 다시 머슴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의 얼굴에 어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다. 마의선사는 머슴이 개미들을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아 그의 저서 ‘마의상서’ 마지막 장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다.
“얼굴 좋은 것이 몸 건강한 것만 못하고(相好不如身好), 몸 건강한 것이 마음 착한 것만 못하고(身好不如心好), 마음이 착한 것이 덕성 좋은 것만 못하다(心好不如德好)”
필자는 변호사라는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화 상대방의 표정과 말씨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림잡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짐작이 대개는 맞다.
심성이 착하고 남에게 많이 베풀어 덕성을 쌓은 사람의 표정은 편안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욕심이 많고 의심과 시기, 질투가 많은 사람의 표정은 불안하고 거칠다. 그래서 선하게 살면 해맑은 얼굴로 꽃피고, 세상을 불편하게 살면 어두운 얼굴로 그늘이 진다고 하나 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딱 맞다.
말씨도 그렇다. 말씨가 거친 사람은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이고 부정적인 말씨 습관을 가진 사람은 마음에 두려움이 있다. 과장되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궁핍하기 때문이고 자랑을 늘어놓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마음에 안정감이 없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 마음에 비통함이 있고 다른 사람을 헐뜯는 사람은 그 마음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려는 사람은 그 마음이 조급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항상 다른 사람을 격려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행복하기 때문이고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담대하다. 마음에 사랑이 많은 사람이 위로의 말을 내어주며 겸손한 사람이 과장하지 않고 사실을 말한다.
앞서 머슴처럼 선한 일을 하여 선한 상을 가진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려야 하는 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자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수양대군이 조카를 몰아내고 왕이 되었듯이 이 상식이 정치나 권력의 영역에서는 다르게 작동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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