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이탈표 덕에 통과된 인프라법..바이든 "기념비적 진전"
1조 달러 이상의 인프라예산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최근 지방선거 참패로 곤경에 처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희망의 신호가 됐다.
미 하원은 현지시간 5일 밤늦게 본회의를 열고 1조2000억 달러(약 1424조 원) 규모의 인프라예산 법안을 찬성 228표, 반대 206표로 가결 처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초부터 이 법안은 역점 사업이었다. 그러나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았다.
원래 2조2500억 달러 규모였던 게 1조7000억 달러로 줄었다가 이번에 1조2000억 달러로 한 번 더 삭감되면서 간신히 의회를 통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연설에서 "마침내 인프라 주간이 됐다"면서 이번 법안 통과가 "기념비적인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 재건을 위한 블루칼라의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수백만 개의 블루칼라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법안의 효과는 앞으로 2~3개월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원에서는 지난 8월 이미 이 법안을 처리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주말 이후 서명을 하게 되면 인프라예산 법안은 곧장 발효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예산 법안과 함께 1조7500억 달러(약 2076조 원) 규모의 사회복지예산 법안을 함께 처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주말 델라웨어로 가려던 계획을 미루며 의회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사회복지예산 법안에 대해선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의 반대가 여전히 거셌다. 재원조달 방안을 문제 삼은 건데,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 법안만 떼어내 이달 셋째 주로 처리를 미루자고 절충안을 냈다.
이를 받아들여 인프라예산 법안의 처리가 가능했지만, 통과되는 과정 역시 순탄친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 6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등 '스쿼드'로 불리는 진보파 의원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인프라 예산 법안으로 더 많은 배기가스가 나오고, 기후변화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전은 공화당 내에서 나온 13명의 찬성표였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앤드루 가바리노(뉴욕) 의원 등이 인프라 법안을 지지했는데, 대부분 당장 자신의 지역구가 이번 법안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이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가바리노 의원은 "이번 표결은 도로나 교량, 깨끗한 물, 그리고 주민들에 관한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변호했다.
찬성표를 던진 88세의 공화당 최장수 의원 돈 영(알래스카) 역시 과거 인프라 법안 관련 투표는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시켰다며 "(이번 인프라 투자가) 우리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공화당 내 강경파들 사이에선 이런 이탈표에 대해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의원은 "바이든의 공산주의가 미국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낸시 펠로시에게 표를 준 셈"이라며 13명 이탈 의원들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인프라예산 법안이 민주당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줬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리더십을 만회할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회복지예산 법안이라는 더 큰 장애물이 남아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사회복지예산 법안을 언급하며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하원에서 통과시킬 것이고, 상원에서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구 표심에 당장 영향을 주는 인프라예산 법안과 달리 사회복지 법안에 대해선 공화당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작다.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WP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3표 차밖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당내 의원들이 모두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은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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