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 완성되지 못한 건물.. 20년 뒤 일어난 이상한 일
[김준모 기자]
▲ <싸반> 포스터 |
ⓒ (주)라이크콘텐츠 |
OTT 시장의 발달과 다양한 영화 커뮤니티의 등장은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즐기고 발견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던 아시아 영화 역시 국내에서 조명 받고 있다. 대만의 로맨스 영화, 인도네시아의 액션 영화 등이 특히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태국의 공포영화 역시 그렇다.
<셔터> <샴> <포비아> 등으로 주목을 받은 태국 공포영화는 최근 나홍진 감독과 태국 공포영화의 거장 반종 피산다나쿤이 합작한 <랑종>을 통해 국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말 그대로 태국=공포영화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싸반>은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받는 태국 공포영화다. OTT 서비스 티빙으로 소개된 공포영화 <스위머스>의 소폰 사크다피싯 감독이 메가폰을 쥐며 태국 신흥 공포영화 감독으로의 저력을 선보인다.
▲ <싸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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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5살의 보움과 이브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버지가 함께 건축하고 있는 샤톤 타워 기둥에 서로의 손을 맞대고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은 두 사람 우정의 상징이다. 그러나 샤톤 타워가 완공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비극을 상징하기도 한다. 태국에 IMF가 터지면서 샤톤 타워의 건설은 중단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부모는 금전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다.
보움은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로 인해 삶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이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이브 역시 마찬가지. 보움은 함께 목숨을 끊자며 이브를 샤톤 타워로 불러낸다. 허나 자살을 택한 이브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보움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0년 뒤,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된 보움은 자신의 회사가 건설 중이던 건물이 사고로 중단위기를 겪게 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샤톤 타워 완공 계획을 세운다.
보움과 함께 샤톤 타워를 방문한 벨은 그곳에서 낡은 삐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벨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벽에 과거 보움과 이브가 기둥에 그린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누군가 집에 들어온 거처럼 행동하는 것. 외부에서는 벨의 몽유병이 다시 도졌다고 여기지만 보움은 그 의미를 알기에 공포를 느낀다. 계속되는 이상행동을 보이던 벨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며 보움은 이브의 원혼이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 <싸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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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색이지만 다채롭게 배치하며 신선함을 주는 이 공포영화는 초반부 가슴 아픈 드라마와 중반부 섬뜩한 호러로 만족감을 준다. 다만 후반부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파를 지나치게 넣으면 공포의 섬뜩함이 축축하게 물들어 장르적인 매력을 주지 못한다. 반대로 슬픔을 과하게 응축하면 스토리의 매력이 감소된다.
이 작품은 그 딜레마 속에 전자를 택한 작품이다.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진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자식 세대의 역경과 공포를 담아내며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 다만 이 감정이 후반부를 지나치게 잡아먹다 보니 앞서 선보였던 공포의 묘미가 희석된다. 견고하게 쌓아올린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완벽하게 전하려다 보니 공포 그 자체가 지닌 힘은 반감이 된다. 이는 <모교>가 범했던 실수이기도 하다.
동양공포의 핵심적인 감정인 한은 줄거리만 보면 공포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아낼 수 있는 핵심적인 정서가 되지만 영상화 하였을 때 그 조절이 쉽지 않다. <싸반>은 태국공포가 지닌 장점을 잘 살리지만 후반부에 감정을 과하게 부어넣으며 갑작스런 소나기로 축축하게 젖어버린다. 그럼에도 태국이 지닌 공포장르의 저력을 확인할 만한 장르적인 재미는 전달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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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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