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레깅스 몰카 남성.. '유죄↔무죄' 4번이나 재판받은 이유

배경환 2021. 11.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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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

부적절하고 불쾌감을 주는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신체 노출 정도가 크지 않고 레깅스가 일상복이기 때문에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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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 부적절하고 불쾌감을 주는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신체 노출 정도가 크지 않고 레깅스가 일상복이기 때문에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뒤집혔다. 앞서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이 남성에게 2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유죄와 무죄를 반복하던 '논란의 레깅스 몰카' 사건. 대법원에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남성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남성 A씨는 지난 2018년 레깅스 바지를 입고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B씨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약 8초간 몰래 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운동복 상의와 검정색 레깅스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부분이 전부였다. 다만 레깅스 탓에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의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났다.

당시 A씨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피해자의 전신을 촬영한 부분도 있었지만 엉덩이를 포함한 하반신이 주로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하체 뒷부분의 굴곡이 선명하게 영상에 담겼다.

A씨가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B씨는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내려서 바로 지우겠다. 한 번만 봐 달라"며 용서를 구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B씨는 수사기관에서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A씨는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항소심이 고민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촬영된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는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는 물론 촬영자의 촬영 각도와 의도 등도 판단 근거가 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일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 이유인 '1심 양형의 과중 여부'만 살핀 결과, "형량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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