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시 쓰기는 언어를 궁지로 몰아 쥐구멍에 빠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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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시인은 삶을 부여하는 물질인 '신체'와 정신을 구성하는 물질인 '언어'의 접점이 되는 장소로서 '자아'에 주목해 왔다.
이번 시집에선 그런 시인이 추구하는 자아의 끝없는 해체와 경계의 허묾으로 '언어의 신체'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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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시인은 삶을 부여하는 물질인 ‘신체’와 정신을 구성하는 물질인 ‘언어’의 접점이 되는 장소로서 ‘자아’에 주목해 왔다. 이번 시집에선 그런 시인이 추구하는 자아의 끝없는 해체와 경계의 허묾으로 ‘언어의 신체’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를 그려낸다. 총 29편의 연작시로 자아의 경계를 잃은 의식이 소리뿐인 ‘말’로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 쓰기는 언어를 궁지로 몰아/쥐구멍에 빠뜨리는 일이다/언어 없이 사유할 수 있을까/시는 이미지로 사유하는 것/이때 언어는 덫에 걸리고/불구가 된 채/사라지지 않고 부스러기가 되어/그 물질성으로 이미지의 디테일을 구성한다/이미지에 불이 켜지면/언어는 그 그림자의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사라져 없어지지는 않고, 빛을 빨아들인/검은 반죽으로 잠재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물가에 앉아 물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골똘히 들여다본다고 해서 자신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순간 일렁이는 물결의 리듬이나 빛의 생멸, 물의 투명한 육체를 뚫고 바닥에 웅크린 조약돌이나 물풀에 닿을 때 어쩌면 에둘러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물가에 앉겠는가?
(채호기 지음/민음사)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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