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기후위기와 나

2021. 11.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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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얼마 전 동료가 “맥도날드 햄버거에 양상추가 없다는데요”라고 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햄버거의 충격적인 비주얼을 확인하니 오싹했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던 10월 어느 날 갑자기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고 벌어진 일이다. 두꺼운 겉옷을 찾아 입으면서 이제 가을이 없어지고 단풍도 못 보는 건 아닐까, 어떤 재난의 전조 증상은 아닐까 두려움이 일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통해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톡톡히 체험하면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다.

마침 우리 회사는 국내 대기업의 파트너로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작품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기업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실상을 알리는 이미지들은 많으니 한 단계 나아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한 미래의 모습’을 주제로 삼기로 했다.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120여명의 예술가가 작품과 메시지를 보내왔고 그중 10명의 작가가 선정돼 시상금을 받게 됐다. 응모 작품은 전시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업이 제작하는 기후 관련 콘텐츠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삽화로 활용될 예정이다.

종종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분리수거를 하는 정도로만 환경을 걱정했던 나는 이 공모전을 계기로 기후위기에 진지해지고 있다.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해수면 상승과 동식물 멸종이 TV 뉴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으로 연결될 것을 이제 의심하지 않으니까. 2020년에는 지구의 기후가 역사상 가장 높았고 산업혁명 이전에 비하면 섭씨 1.2도 상승했다고 한다. 2030년에는 전문가들이 티핑포인트로 얘기하는 1.5도 상승이 예상된다고 하니 시간이 얼마 없다.

기후변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탄소 감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탄소중립은 정부와 기업에서 해야 할 일 아닌가. 며칠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대통령은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투표와 소비의 기준에 기후변화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과 어떤 기업이 진정성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이런 공모전은 도움이 될까? 예술 작품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공모전을 주최한 기업에서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내고 기후위기를 앞장서서 알리고 있는 방송인 타일러씨와 공모전에 선정된 예술가 두 명, 그리고 사회적기업가인 내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는 기후변화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일러씨도 개인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인플루언서로서 기후위기가 더 큰 이슈가 되고 더 많이 이야기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상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다. 사회적기업가나 환경 관련 단체들은 정부와 대기업의 파트너로서 실천 방안을 제안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공모전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우리가 만나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점이다.

코로나19는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이었지만 기후변화는 다르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지만, 노력해 막을 수 있는 재난이기도 하다. 양상추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으며 창밖의 단풍을 즐길 수 있을 때, 아직 북극곰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때 뭐라도 해야 한다.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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