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밀리터리] 김정은, 30그램짜리 초소형 자폭 드론(슬로터봇) 겁낼까

김민석 2021. 11. 4. 00: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자폭 드론 슬로터봇(Slaughterbots)이 표적이 된 사람의 머리에 앉아 3그램의 폭약을 터트려 두개골을 뚫어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형상.[위키피디아]

2015년 초쯤 일이다. 국방정보본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국방부 장관실에 들어왔다. 장관실에서는 장관과 정책실장 등이 대기하고 있었다. 본부장 보고는 북한 SLBM(잠수함용 탄도미사일)과 신형 잠수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SLBM과 신형 잠수함은 몇 달 전부터 미국의 군사전문지 등에서 보도되고 있었다.
북한이 몇 년 뒤에 공개한 북극성 미사일과 고래급이라 불린 ‘8·24 영웅함’ 잠수함이 그것이다. 지금은 많은 정보가 공개됐지만, 당시엔 초미의 관심사로 정보는 제한됐다. 북한은 SLBM을 지난달 8·24 영웅함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SLBM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 발표가 맞는다면 SLBM과 8·24 영웅함은 한·미 정보당국에 처음 포착된 지 7년 만에 완성한 셈이다. 실제 개발 착수부터 따지면 10년가량 걸렸다.


<북핵 억지대책과 대선후보 공약>


이재명, 문 정부식 대북제재 완화


윤석열, 강한 국방과 확장억제력


홍준표, 미 전술핵 재배치로 대응


유승민, 미와 나토식 전술핵 공유

이스라엘이라면 북 SLBM 잠수함 격침
정보본부장의 보고를 받은 장관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북한 SLBM과 신형 잠수함은 ‘게임 체인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배석자 가운데 한 명이 용감하게 건의했다. “장관님, 그렇게 걱정되시면 격침해버리시죠.” “북한이 SLBM 잠수함을 실전 배치하기 전 해상시험 때 우리 잠수함을 보내 북한 잠수함을 깊은 동해에 침몰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장관은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해도 되느냐.” 그러자 배석자가 덧붙였다. “장관님이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라면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적의 무기를 그냥 두겠습니까. 이스라엘은 과거 이라크가 핵 개발을 위해 건설하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했듯이 SLBM 잠수함도 수장시킬 겁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북한은 잠수함이 왜 침몰했는지 알 수도 없지만, 수 백m 깊은 동해에서 잠수함을 인양할 능력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했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 보고해 정치적인 부담을 지울 필요 없이 국방부 장관이 책임지고 작전 임무만 부여해 놓으면 됩니다.”
그 말로 회의는 끝났다. 이후에도 거론된 적은 없었다. 당시 장관이 그런 임무를 해군에 극비로 지시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지켜야 한다면 국방부 장관이 한 번쯤은 고민해볼 사안이 아닐까.
국방부가 계획한 대북 참수작전도 수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공개적인 대북억지 방안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거나 유사한 상황이 임박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에 무고한 우리 국민 수십만∼수백만 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최후 수단이다. 정보본부는 이를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의 정보에 의존한다. 김 위원장이 평양의 관저와 집무실을 비밀통로를 통해 오갈 때는 동선 파악이 어렵지만, 지방순시 땐 거의 추적한다. 김 위원장이 지방에 갈 때 머무는 숙소의 위치는 기본이다. 이런 첩보 능력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가령 김 위원장이 머무는 건물 인근 해안에 대기한 잠수함에서 띄운 곤충이나 작은 새 모양의 초소형 무인기로도 첩보 수집이 가능하다.

다양한 참수작전: F-35, 미사일, 자폭드론
참수작전 수행 방법은 다양하다. 북한의 핵심 요인이 머무는 별장을 F-35 스텔스 전투기를 보내 파괴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무인기에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해 폭격할 수도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많이 사용해온 수법이다. 미 해군 잠수함에 장착한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우리 잠수함의 순항미사일로도 가능하다. 타격 오차가 3m 이내다. 우리 군이 계획했던 대량응징 보복전략 가운데 하나인 참수작전은 이미 구식이다. 우리 특수부대가 헬기나 수송기로 북한지역에 침투한 뒤, 북한군 핵심 인사들이 모여 있는 지하벙커 등에 들어가 적 지휘부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요즘엔 생체모방 초소형 자폭드론으로도 가능하다. 매미처럼 생긴 조그마한 드론로봇을 활용한다. 슬로터봇(Slaughterbotsㆍ살상로봇)이라 불리는 이 자폭 드론에는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기능이 장착돼 있다. 무게가 불과 30g인 이 드론은 요인들이 있는 장소에 날아가 특정 인사의 안면이나 복장을 인식해 이마에 내려앉는다. 그런 뒤에 곧바로 3g의 폭약을 터뜨린다. 이 폭약은 인간의 두개골을 뚫어 치명상을 입힌다.

미국 버클리대 스튜어트 러셀 교수가 2017년 11월 유튜브를 통해 30그램짜리 초소형 자폭드론 슬로터봇(Slaughterbots)을 설명하고 있다. 슬로터봇에는 카메라와 센서, 안면인식장치와 폭약이 장치돼 있다. [위키피디아]

유사시엔 초소형 자폭드론 수백 개를 더 큰 드론이나 미사일 탄두에 실어 보낼 수 있다. 특수부대가 직접 침투해 북한군 지휘부 지하벙커의 통풍구나 출입구에 뿌릴 수도 있다. 자폭드론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통로나 구멍을 따라 몰래 침투해 적의 핵심 인사들을 순식간에 제거한다. 이 슬로터봇은 미국 버클리대 스튜어트 러셀 교수가 2017년 11월 유튜브에 공개해 알려졌다.
한·미가 이런 고도의 기술을 갖고도 참수작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인 부담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와해할 경우 북한에서 권력 공백으로 이어질 혼란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참수작전은 북한 도발을 억지하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 한·미의 참수작전 능력을 알고 있는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부지불식간에 살상하는 참수작전의 공포에 북한 핵심 지도자는 한·미의 첩보망을 피해 끝없이 잠수를 탈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심리적인 압박이다.
북한에 대한 참수작전을 실제 시행하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만, 북한이 핵 도발을 시도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에 자만한 나머지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거나 미국에 정면을 도전하는 경우다. 그땐 인정 사정을 보지 않고 과감한 참수작전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력도 가동된다. 국민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어서다.

북한 핵 위협 대응 절차와 방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북핵 억지책은 국민 보호가 우선

대북 참수작전이나 핵우산은 모두 북핵 억지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최근 대선 후보들의 북핵 대책을 보면 차이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북한의 그릇된 관행과 태도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이 후보는 ‘실용적 통일외교’에 따라 “북핵, 조건부 제재 완화”를 제안했다. 대북제재 일부 해제와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 조치를 교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과도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비핵화보다는 미국과 핵군축에 관심이 많다. 이 후보의 북핵 대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우리 국방력 제고와 한·미 확장억제력으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사시 핵무기 전개 협의 절차를 만들고 운용 연습도 정례적으로 하자고 한다. 같은 당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미군 전술핵 재배치로 북핵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나토(NATO)식 핵공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의 6개 공군기지에 전술핵폭탄을 배치해두고 있다. 유사시에는 나토 회원국과 미 공군 전투기에 전술핵폭탄을 함께 장착해 폭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 상식적인 생각은 어떨까. 첫째는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말아야 하고 평화가 지속해야 한다. 둘째는 북한이 동족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비극이 생겨선 안 된다. 이를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셋째는 북한 주민들도 우리처럼 자유와 인권이 보장돼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면 좋겠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남북통일로 더 크고 안정된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런 목표를 고려하면 북한 핵 도발 억지가 우선이고, 그러려면 강력한 국방력과 핵 대응능력이 기본이다. 따라서 한·미가 합의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확장억제력엔 핵우산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현실적으로 심각해지면 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공유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국민 보호가 우선 아닌가. 대북 참수작전도 중요한 옵션이다.
그런데 미국이 북핵으로부터 서울을 구하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각오가 없다면 한국의 핵무장도 불가피하다.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은 뒤에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인권을 북한 주민에게도 제공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