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샤넬백 1000만원의 정치경제학
체면중시문화..과시소비 조장
럭셔리는 명품 아니라 사치품
1. 샤넬백 가격이 3일 1000만원을 넘겼습니다.
지난 2월 7월 9월에 이어 올해에만 4번째 가격인상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 플랩백’의 경우 15% 이상 올리는 바람에 작은 사이즈마저 1052만원이 됐습니다. 큰 사이즈는 1210만원.
2. 샤넬의 ‘값질(가격을 맘대로 올리는 행위)’은 여러모로 시사적입니다.
샤넬코리아는 ‘제작비, 원재료와 환율인상’등으로 가격인상했다지만..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가격 인상은 크게 두 가지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 첫째, 보복소비(revenge spending)현상입니다.
코로나로 갇히고 눌려있던 소비자들이 분풀이 삼아 과도한 소비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나 외식을 못하는 바람에 모아진 돈으로 비싼 명품을 구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4. 둘째,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입니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명품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가격을 올립니다.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베블런 효과는 중요한 사회과학적 개념입니다. 명품 가격 차원을 넘어..중요한 사회현상을 설명해줍니다.
5.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은 1899년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을 썼습니다.
‘유한계급’이란 ‘한가한 계급’이란 뜻입니다. 영어로 Leisure Class란..생산적 노동을 하지 않는 상류계층을 말합니다. 유한계급의 속물적 행태를‘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고 비판합니다.
과시적 소비는..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심리이기에..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합니다.
6. 샤넬백으로 대표되는..흔히 말하는 ‘명품’은 영어로 ‘Luxury Goods’입니다. 럭셔리(Luxury)는 유한계급이 소비하는 호화사치품을 말합니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명품’이라면 흔히 예술적 가치가 높은‘걸작’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 서울 갤러리아백화점‘명품관’에 해외고급브랜드들이 일제히 둥지를 틀면서..럭셔리가 명품이 되었습니다.
7. 보복소비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 다음이 한국이랍니다.
전세계가 코로나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한국에서 보복소비현상이 뚜렷한 것은 과시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체면치례 문화가 작용하는 듯합니다. 특히 결혼예물 등에서..
8.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선 보복소비 현상이 미미합니다.
이들 나라에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럭셔리 세임(Luxury Shame)’현상을 겪은 탓으로 보입니다. 경제위기에 따른 부의 양극화 현상이 럭셔리 소비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9. 코로나는 보복소비도 불러왔지만, 동시에 부의 양극화도 심화시켰습니다.
양극화의 결과 샤넬백을 살 수 있는 부자도 많아졌지만..동시에 럭셔리 소비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회현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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