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노점하며 딸 잃었지만, 이 할머니가 남긴 따끈함

이선필 2021. 11.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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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을 바라보며 반평생 노점상을 해온 한 할머니, 혹은 노동운동계의 대모이자 1만6천 성균관대학교 학생의 어머니.

3일 시사회에 참석한 김종분씨는 "평생 노점만 하며 살았는데 이 나이에 영화 출연이라니 상상만 해도 벅찼다"며 "딸 대신 내가 이런 일을 이어가는 심정이 처음엔 참 힘들었다. 참 끈질기게도 했다.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노점에서 일하겠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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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영화] <왕십리 김종분>

[이선필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왕십리 김종분>의 포스터.
ⓒ 인디스토리
 
자식을 바라보며 반평생 노점상을 해온 한 할머니, 혹은 노동운동계의 대모이자 1만6천 성균관대학교 학생의 어머니. 80세를 훌쩍 넘은 김종분씨를 수식하는 말이다. 생계를 위해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노동을 해온 김종분씨 이야기가 3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선공개 됐다. 

<왕십리 김종분>이라는 제목처럼 그의 생활 반경은 서울 왕십리역 11번 출구다. 독재 타도, 민주화 항쟁, 그리고 노동 운동과는 전혀 관련 없을 것만 같은 삶이지만 그의 둘째 딸 김귀정씨가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성균관대 88학번으로 입학한 김귀정씨는 여린 체구와 달리 스스로의 신념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갈망을 몸소 실천하는 청년이었다. 대학생 강경대씨가 시위 중 경찰에 사망하는 사건 이후 김귀정씨 또한 공안 통치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고 만다. 노태우 정권 때의 일이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노동만 해오다가 또래들이 그렇듯 막연하게 공산주의를 배척하며 노태우에게 투표한 김종분씨는 이 모든 게 혼란스럽던 시기가 있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입학하며 자랑이었던 둘째 딸이 노태우 타도를 외치다가 정권의 손에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회와 세상을 원망하며 살기 마련이지만 김종분씨는 딸의 마음과 생각을 알고 그 뜻을 지켜주겠다 결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왕십리 김종분>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다큐멘터리 영화 <왕십리 김종분>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김종분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 영화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김종분씨가 노점에서 장사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일상을 살아가는지를 보이면서 김귀정씨와 연관된 가족과 지인들의 기억을 교차로 제시한다. 뜨내기처럼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외상을 부탁해도 거절하지 않고 기꺼이 물건부터 내주는 김종분씨에게 주변에선 너무 퍼주지 말라지만, 그는 "주면 주는 것이고 주지 않으면 안 주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그래서였을까. 일일이 다 기억도 못하겠지만 김종분씨에게 외상을 졌거나 돈을 빌린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 그를 찾는다. 영화에선 30년 전 3만 원을 빌렸다가 미안한 마음에 과일과 채소를 가끔 갖다주던 한 사내가 등장한다. 결국 "이자를 많이 못드렸다"며 6만 원을 김종분씨에게 쥐어 주는데 그걸 본 또 다른 중노인은 1만 원만 빌려달라며 김종분씨에게 청한다. 한 손에 그 6만 원은 꼭 쥔 채 종분씨는 다른 지갑에서 1만 원을 꺼내 남자에게 건넨다.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으로 갚는 게 사람이라는 믿음 말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젊은 혈기를 독재 타도와 민주화 운동에 쏟아부은 둘째 딸의 모습을 사람들에게서 본 게 아닐까. 영화가 담고 있는 김종분씨의 세세한 일상들이 하나같이 그와 그의 가족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애초에 김귀정씨 사망 30주기를 기념하여 생애 구술내지는 기록 영상 정도로 기획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 투자배급사 인디스토리와 기념사업회가 의기투합하며 영화 개봉까지 추진하게 됐다. 3일 시사회에 참석한 김종분씨는 "평생 노점만 하며 살았는데 이 나이에 영화 출연이라니 상상만 해도 벅찼다"며 "딸 대신 내가 이런 일을 이어가는 심정이 처음엔 참 힘들었다. 참 끈질기게도 했다.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노점에서 일하겠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귀정씨가 그날 사망하지 않고 현재까지 살아왔다면 어땠을까. 이런 상상을 영화를 본 뒤 하게 된다. 김종분씨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았을지. 첨예해진 자본주의 갈등, 여성 노동과 인권 문제 등에 이들이 어떤 목소리라도 냈을 것임은 주지의 사실같다.

한줄평: 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짊어진 엄마의 따뜻한 진심
평점: ★★★☆(3.5/5)

 
영화 <왕십리 김종분> 관련 정보

제목 : 왕십리 김종분
감독 : 김진열
프로듀서 : 곽용수
출연 : 김종분, 김귀임, 김종수, 정유인 외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휴먼 다큐멘터리
제공 : 귀정 2021 준비위원회, ㈜인디스토리
제작/배급 : ㈜인디스토리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 : 2021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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