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 "허무감 생겼을 강백호, 더 값진 우승"
"페넌트레이스 우승하고 그렇게 기뻐한 건 처음이죠."
이강철 감독은 KT가 10월 31일 '1위 결정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감정을 다스리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극적인 1위 확정이기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원래 옆에 수석(김태균 코치)하고만 포옹을 하려고 했는데, 코칭 스태프가 모두 달려들어서 당황했다"고 웃어 보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KT는 사흘 만에 등판한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역투했고, 6회 초 2사 1·3루에서 터진 강백호의 적시타로 1-0 리드를 잡았다. 7회는 야수 실책으로 1사 1·3루 위기에 놓였지만, 쿠에바스가 강민호와 이원석을 범타 처리하며 우승까지 7부 능선을 넘었다.
9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삼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에게 좌측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이 순간 KT 더그아웃 한쪽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미세하게 빗맞은 소리를 들었다고. 실제로 피렐라의 타구는 멀리 뻗지 못했고, 좌익수 송민섭이 공을 잡아내며 KT의 우승이 결정됐다. 이 감독은 창단 멤버인 송민섭이 경기를 끝내는 타구를 잡아낸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모든 선수에게 공을 돌렸다. 안도한 점도 있다. 야수 황재균과 강백호가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상대 선발 원태인으로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봤고, 6회 선두 타자 심우준이 안타를 치며 출루한 뒤 상대 실책과 후속 타자 조용호의 땅볼로 1사 3루를 밟아 만든 기회를 호기로 여겼다.
이 상황에서 나선 2번 타자 황재균은 원태인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풀카운트에서 꽂힌 바깥쪽(우타자 기준) 볼을 잘 골라냈다. 사실 황재균의 타격감을 좋지 않았다. 10월 출전한 25경기에서 타율 0.221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감독은 "한 번 정도는 (타격감이) 올라올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런 상황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승부 중압감을) 이겨내더라"라며 반겼다.
이어진 상황에서 강백호가 해결사로 나섰다. 앞서 나선 원태인과의 두 차례 승부에서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며 자존심을 구긴 상황. 하지만 득점 기회에서는 이겼다. 원태인의 3연속 직구 승부에 일격을 가하며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았다.
이강철 감독은 "KT가 백호 한 명에 의존하는 팀은 아니지만, 그가 타선 주축 선수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개인 타이틀을 모두 놓친 상황에서 허무감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더 값진 것(우승)을 얻었다. 개인 타이틀은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팀 우승은 언제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는 것"이라며 강백호의 적시타에 의미를 부여했다.
KT는 이제 한국시리즈(KS) 태세로 돌입했다.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벌었고,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한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단에 '이기자'라고 말해줬다"라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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