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교황, 겨울엔 잘 안움직여"..美 "아르헨에 스키장 있다"

배재성 2021. 11. 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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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 및 회담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방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워싱턴에선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교황이 따뜻한 아르헨티나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워싱턴에서 논란이 됐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청와대 대변인의 묘사처럼 항상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일부 지역은 혹한 피해를 입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시기에 대해 2일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남북 및 북-미 대화의 모멘텀으로 교황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한 교황의 방북이 사실상 어렵다고 청와대가 직접 밝힌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나 방북을 제안했고,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에서 청와대가 교황의 방북 시기를 예단할 수 없는 배경으로 “따뜻한 나라 출신”을 언급한 데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아르헨티나에 스키장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의 기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관광도시 바릴로체에 파타고니아 스키 리조트가 있으며, 지난 2017년 7월에는 영하 25.4도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을 가로막는 요인은 이처럼 ‘날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의 중평이다. 북한으로선 대외선전에 이용할 드문 기회이지만, 동시에 인권 비판을 촉발할 뇌관이 될 수 있는 교황의 행차에 선뜻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아울러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교황 방북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김정은이 교황을 실제로 초청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만약 북한에 간다면 자신의 정통성과 명성을 위해 인권을 반드시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김정은이 유엔에 의해 문서화된 인권 유린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 한, 기업·정부·국제사회와의 어떤 협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성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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