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 보여준 '우주대스타'

최동현 2021. 11. 3. 09: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이브펍 '스타더스트'의 대타가수
우주대스타 되겠지만 지구와는 이별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 때문에 고민
대학로 새바람 일으킨 창작 뮤지컬
CJ문화재단 지원사업 85대 1 선정
유튜브에 영상 사전 업로드 마케팅
공연 전 중국 제작사 라이선스 구매
박정아 작곡가-한지안 작가 제작
무대·객석 경계 없앤 신선한 발상도
뮤지컬 '우주대스타'에서 주인공 '노바(김순택)'가 열창하고 있다.

13년 차에 앨범 세 장을 냈으나 대중에 잊힌 싱어송라이터 '노바.' 어느 날 라이브 펍 스타더스트(Stardust)에서 인기가수 무대를 대신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에도 담담히 노래하던 그에게 외계인이 나타나 제안한다. "저와 함께 우주로 떠나시겠습니까. 우주 대스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 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조건 때문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와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 과연 노바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창작 뮤지컬 '우주대스타'의 줄거리다. 올해 초연부터 앵콜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치며 대학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CJ문화재단의 '2021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서 8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작품이다.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의 박정아 작곡가와 뮤지컬 '아가사'의 한지안 작가가 의기투합해 제작했다. 장르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이머시브(immersive)'다. 배우와 관객이 직접 대화를 나눈다. 객석 자체가 무대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 있으나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런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역설적이게도 온라인에서 해법을 찾았다.

뮤지컬 '우주대스타'의 공연 무대.

제작진은 공연을 올리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유튜브에 캐릭터의 사전 배경을 다루는 영상 열여섯 편을 업로드했다. 스핀오프였다. 노바가 라이브펍에 출근하는 모습이나 외계인이 지구에 오게 된 배경 등을 전하며 캐릭터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관객이 배역들과 친숙한 상태에서 오프라인 공연장을 찾도록 유도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야광봉' 굿즈를 들고 안무를 따라 했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한지안 작가는 "무대화 작업이 쉽지 않은 시국에 뭔가 다른 형식으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고민했었다"며 "유튜브를 먼저 보고 온 관객이 더 재미있게 즐기는 걸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튜브 영상은 또 다른 효과도 낳았다. 해당 콘텐츠를 접한 중국의 공연 제작사(포커스테이지)가 라이선스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계약이 체결됐다. 국내 창작뮤지컬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중국판 '우주대스타'는 현재 상하이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폐막 시점을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오픈런 형태로 현지 관객을 만난다. 박정아 작곡가는 "완성된 작품을 사가는 게 일반적인데 음악이라는 대본과 영상 콘셉트만 보고 구매 의사를 밝혀 저희도 놀랐다"면서 "마치 우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우주대스타'는 배우들의 헌신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다. 통상 뮤지컬은 배우의 컨디션이나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더블캐스트나 트리플캐스트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주대스타'는 캐릭터당 담당 배우가 한 명인 '원캐스트' 체제였다. 노바는 김순택, 펍 오너는 정선기, 외계인 0126은 영오가 맡았다. 초연에선 화요일, 앵콜 공연에선 금요일을 제외하고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우주대스타'에서 원캐스트로 출연한 정선기, 김순택, 영오 배우(왼쪽부터).

김순택은 "공연하는 동안엔 개인 약속조차 잡지 못했다"며 "반드시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소회했다. 영오는 "원캐스트라 컨디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감기 기운이라도 생기면 무조건 병원에 가 링거를 맞았다"고 말했다. 정선기는 "아침 점심으로 고기·문어·사골국 등 몸보신용 음식을 많이 챙겨먹었다"며 "비타민 같은 영양제도 달고 살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공 노바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노래하며 직접 악기도 연주한다. 기타와 피아노로 곡을 소화하며 어쿠스틱한 펍씨어터 느낌을 내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파워풀한 록밴드나 댄스 가수의 면모를 드러낸다. 김순택은 "노바라는 캐릭터가 배우로서의 제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몰입할 수 있었다"면서 "초연 때는 텍스트의 틀을 가지고 연기했다면 앵콜 땐 플룻을 가져가되 그 안에서 즉흥적인 모습을 보이며 관객과 소통하려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우주대스타'에서 열연하는 '노바'의 김순택(오른쪽)과 '펍 오너'의 정선기.

극 중 안무는 모두 정선기가 창안했다. 무용 전공자인 그는 "난이도가 높으면 관객이 따라하기 어렵고 너무 쉬우면 유치할 수 있어 적정한 안무를 만드느라 고민을 많이 했다"며 "야광봉을 활용해 적은 율동으로도 화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우주대스타'가 관객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영오는 "우리 공연으로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는 시원하고 달콤한 맥주 한 캔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며 "'우주대스타'를 생각하면 달과 별이 떠오르는데 관객도 달과 별을 보면서 우리 공연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우주대스타'에서 '외계인 0126'역을 맡은 영오(오른쪽)와 '노바'의 김순택 배우.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