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황태자' 황인범 '오징어게임처럼 생존해야죠'

박린 2021. 11.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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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존 게임서 살아남아
오겜 트레이닝복 입고 구단 모델
부진해도 중용한 벤투에 보답
11일 UAE, 17일 이라크전 출격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CSKA 모스크바전 홍보 모델로 나선 황인범. [사진 루빈 카잔]


“카잔 구단이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을 준비해줬어요.”

러시아 프로축구 루빈 카잔 황인범(25)이 2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CSKA 모스크바전 홍보 모델로 나섰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등 번호가 6번이라 번호표 ‘006’을 달았다.

이 경기에서 1-0 승리를 이끈 황인범은 “카잔 원정 유니폼이 초록색인데, 초록색 팀이 이겼다. ‘오징어 게임’이 러시아에서도 난리다. 나도 러시아 동료가 추천해서 봤다”고 전했다. 이어 “이전까지 팀이 5경기째 승리가 없어서 감독님이 ‘승리를 위해 죽도록 뛰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루빈 카잔의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 [사진 황인범]

황인범은 러시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째 뛰고 있다. 키 1m77㎝인 황인범은 “여기는 피 터지게 싸우는 ‘노 빠꾸’ 리그다. 압박도 강하다. 덩치 큰 선수들에게 밀릴 수 있기에 볼 컨트롤부터 생각한다. 주로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3년간 황인범의 비행거리는 손흥민(29·토트넘)을 넘어 한국 대표선수 중 가장 길다. 황인범은 “2019년 미국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 시절에는 플로리다 올랜도까지 원정을 갔다. 카잔에서도 원정 경기를 갈 때는 2시간 정도 전세기를 탄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황인범은 ‘오징어 게임’처럼 치열한 러시아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카잔 구단 7~8월의 선수에도 선정됐다. 그는 지난달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 4차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리아전에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황인범은 “중거리슛은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자신있다. 2015년 오른발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전력 질주하다가 오른발슛을 쏠 때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왼발로 강하게 차자는 생각으로 때린다”고 말했다. 이란전에서는 선제골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황인범은 “아빠가 ‘국가대표라면 아무리 압박이 강해도 무의미하게 공을 걷어내면 안 된다’고 조언하셨다. (이)재성이 형이 멋진 패스를 했고, (손)흥민이 형이 마무리해줬다”고 흐뭇해했다.

지난달 시리아전에서 첫 골을 넣은 황인범을 손흥민이 격려하고 있다. [뉴스1]

황인범이 부진할 때도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그를 중용한다. 그래서 황인범은 ‘벤투 황태자’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달 시리아전을 앞두고 “불편한 분들에게 증명하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증명해냈다. 황인범은 “황태자란 표현을 좋은 의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A매치 2연전 후 황인범에게 ‘기성용(서울, 2019년 대표팀 은퇴)의 향기가 난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황인범은 “성용이 형이 소셜미디어(SNS)로 ‘에이스잖아’라는 쪽지도 보내줬다. 성용이 형을 대체할 선수는 몇십년이 지나도 절대 안 나올 거다. 나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1996년생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페네르바체), 나상호(서울)와 함께 ‘96 라인’이라 불린다. 황인범은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고 했다. 11일 아랍에미리트(UAE), 17일 이라크와 최종예선을 앞둔 황인범은 “당연히 2승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황인범은 지난 7월 5년 열애한 여자친구와 웨딩화보를 공개했다. [사진 황인범 인스타그램]


프로축구 대전 출신 황인범은 작년에 대전시에 코로나19 성금 5000만원을 기부했고, 최근 대전 홈경기에 축구 꿈나무 관람을 지원했다. 황인범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온 대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 러시아에서도 대전 경기를 챙겨보며 1부 승격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웨딩 화보를 공개했다. 황인범은 “올겨울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2016년부터 만난 이 사람과 평생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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