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단독으로 만난 日기시다..文과는 '조우'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첫 대면 회담이 불발됐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메탄서약 협약식에서 기시다 총리와 조우할 수 있는다 관측도 있었지만, 기시다 총리는 회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회의 참석 대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단시간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리와의 회동 불발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COP26으로 이어진 이번 다자 외교무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는 2~3분간 짧은 인사를 나누는 데 그쳤고, 기시다 총리와는 조우도 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경색된 한ㆍ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한·일 정상간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때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약식 회담을 추진했지만, 스가 전 총리가 거부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스가 전 총리와 1분간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 뒤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자 같은달 15일 첫 통화에서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소통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만남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기시다 총리와의 대면 회담이 무산된 데는 기시다 총리의 짧은 순방 일정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직후 영국행을 결정했다. 0박2일 일정으로 이날 영국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가 영국에 머문 기간은 반나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이 불발된 근본 원인은 일본이 한ㆍ일 관계를 후순위로 보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선거 직후 “미국을 시작으로 동맹국, 동지국을 가능한 한 조기에 직접 방문하고 정상을 일본으로 맞이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 정상외교를 천명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사히신문은 1일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외상일 당시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기 때문에 안이한 타협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의 대화는 내년 봄 한국 대선 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징용ㆍ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대화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됐고,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COP26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번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헝가리로 떠났다.
글래스고(영국)=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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