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때려야 뜨는데, 때릴수록 꼬인다..심상정 딜레마

김효성 2021. 11. 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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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는 물론 캠프 차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 언급을 삼가기로 했다. 때릴수록 오히려 독자노선이 꼬인다.”

지난 1일 정의당 심상정 캠프 관계자가 전한 소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가 자신감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도 시간이 지나면 이번 대선이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선 “이 후보는 평상시엔 ‘이재명은 합니다’ 해놓고 국감에선 ‘이재명은 모릅니다’라고 했다”며 “성남시장이란 작은 권력을 가지고도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다 내줬는데 대한민국이란 큰 권력을 가지고 과연 부동산 대개혁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민이 제시해줄 것”이라며 꺼낸 진보통합론에 대해 심 후보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지난 1일엔 “염치없다”는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이날 심 후보는 보다 선명하게 선을 그었다.

캠프의 전략적 판단과 심 후보의 표현이 엇갈리는 상황을 두고 “정의당 지지층엔 독자 노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진보진영 단결을 촉구하는 주장이 혼재돼 있어 심 후보가 딜레마에 빠졌다”(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관측이 나온다.


沈 “주4일제 시기적절” 차별화…이재명은 ‘물밑 공략’


지난해 7월 20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윤소하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경기도]

지난달 12일 정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때만 해도 심 후보의 주목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세는 만만찮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엠블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 4자 가상대결(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에서 심 후보는 6%를 얻었다. 정의당 지지율(5%)보다 높다. 민주당 쪽에선 “초반 ‘이재명 때리기’에 주력해 명·낙 대전과 대장동 사건 전개 과정에서 흩어진 진보층 민심 일부를 흡수하는 소득을 올린 것”(민주당 호남 초선 의원)이라고 보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심 후보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은) 설계자가 죄인”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31일엔 이 후보의 추가 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해 “세금은 꿀단지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자신이 먼저 꺼낸 ‘주 4일제’ 정책에 이 후보가 지난달 28일 “논의할 때가 왔다”는 전향적 입장을 보이자 심 후보는 차별성을 강조하며 달아났다. 심 후보는 지난 1일 기업은행 노동조합을 찾아 “주 4일제가 ‘시기상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지금이 ‘시기적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4일제에 대해 “지금 공약해서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이 후보의 주장과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러나 심 후보의 차별화 전략과 이재명 때리기의 효과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에서 “뭉쳐야 산다”는 진보 진영 내 여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민주당의 서울권 초선 의원은 “이재명 때리기가 초반 존재감 부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같은 진영인데 왜 싸우냐’는 진보 유권자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통합론을 꺼낸 이 후보는 심 후보에 대해 직접적 비판이나 대응을 삼간 채 물밑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이 후보와 손을 잡은 이홍우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이 정의당 소속 인사들을 개별 접촉하며 이재명 캠프 합류를 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개혁·진보 성향이 강한 이 후보를 밀겠다는 정의당 지지층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 후보가 진보 정책을 얼마나,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나 연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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