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병해 주범 '곰팡이' 없애는 균 찾았다..농약·영양제 활용 기대

정종훈 2021. 11.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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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강원도 한 농지에 병해를 입은 배추가 버려져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최근 식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곰팡이를 없애주는 균을 발견했다. 이 균은 앞으로 친환경 농약이나 영양제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식물의 고질적 질병인 균핵병을 유발하는 곰팡이를 사멸시키는 자생 방선균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토양에 주로 서식하는 방선균은 유기물을 분해해 흙냄새를 유발하는 미생물이다. 항생제의 60% 정도가 이 균에서 유래할 정도로 식ㆍ의약 분야에서 중요하게 꼽힌다.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토양 병원균 방제에 사용되는 등 농ㆍ축산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는 유용한 존재다.

생물자원관과 박숙영 순천대 교수팀은 지난해부터 방선균의 강한 항균 작용에 주목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토양에서 100 균주 이상의 방선균을 분리 배양하는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실험 결과 식물 균핵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의 사멸 능력이 우수한 방선균(스트렙토마이세스 뮤리누스 JS029) 1종을 찾았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자생 방선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뮤리누스 JS029'. A는 한천배지에서 자라는 모습, B는 콜로니 사진, C는 주사전자현미경 포자 관찰 사진.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스클레로티니아 속 곰팡이는 균핵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토양 병원균이다. 은방울꽃ㆍ벚나무 등 400여종의 야생식물 외에 배추ㆍ상추 등 재배식물에도 피해를 준다. 월동 후 이른 봄에 흙에 접촉한 식물의 줄기 부위를 감염시킨 뒤 잎자루, 뿌리 아래쪽으로 병이 확대된다. 이렇게 감염된 식물은 물러서 썩는 식이다. 이 병을 방제하기 위해 화학 성분 농약이 주로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방선균은 균핵병 유발 곰팡이 사멸 외에도 여러 효능을 가졌다. 식물 병원균 발병 예방과 질병 확산 억제 효과가 동시에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이 배추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킨 화분에 균핵병균을 접종했더니 모든 배추가 죽었다. 하지만 균핵병균과 방선균을 같이 접종했더니 배추가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또한 이 균은 모잘록병균, 사과나무 흰날개무늬병균 등 13종의 대표적 식물 병원균 생장도 억제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자생 방선균은 식물 생장을 촉진하는 효능도 확인됐다. 방선균 처리가 된 배추 유묘(오른쪽)가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유묘보다 더 큰 모습.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또 다른 장점은 식물 생장 촉진이다. 배추 유묘(어린 모종) 심은 화분에 새로 확인된 방선균을 넣었더니 잎과 뿌리 생장이 촉진되면서 생중량이 약 2.4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지난달 새로운 균의 식물병 방제 효능에 대한 특허를 먼저 출원했다. 앞으로는 화학 농약을 대체할 친환경 생물농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이번에 발견한 방선균은 식물병 방제뿐 아니라 식물 생장 촉진 효과도 있어 친환경 생물농약ㆍ영양제로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미생물 자원을 꾸준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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