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작은 고추들'..소규모 재건축 속도 내며 1년 새 4억 '껑충'

김경민 2021. 11. 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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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이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에서도 유독 사업이 빠른 단지가 있다. 이른바 ‘소규모 재건축’ 단지다. 규모는 작지만 온갖 규제에서 자유로운 덕분에 부동산 시장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일반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한 소규모 재건축이 인기다. 사진은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 <윤관식 기자>

▶소규모 재건축 인기

▷조합설립 후 2~3년 내 착공 가능

소규모 재건축 사업 개념부터 들여다보자. 대지면적 1만㎡ 미만 지역의 200가구 미만 노후 연립주택이나 소형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에서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이다. 일명 ‘미니 재건축’으로도 불린다. 주민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소규모 재건축의 가장 큰 매력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일반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 등 온갖 규제를 적용받지만 소규모 재건축은 다르다. 기존 재건축 사업과 달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받지 않아 기본계획 수립,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등 각종 절차를 피할 수 있다. 덕분에 사업 속도가 빨라 조합 설립 후 착공까지 짧게는 2~3년이면 가능해 적어도 5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 재건축보다 유리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조합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때마침 정부와 서울시도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2·4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소규모 재건축 사업 근거가 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소규모 재건축 시행에 참여하면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20%까지 받을 수 있다. 3종 주거지역 기준으로는 360%에 달한다. 물론 늘어난 용적률의 20~50%는 공공 임대를 지어야 하지만 사업성이 높아지는 만큼 조합 입장에서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평가다. 건축 가능한 층수도 2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7층 이하에서 15층 이하로 완화된다.

서울시가 분석한 결과 서울 내 소규모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2070곳, 6만384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4252가구), 송파구(2245가구) 등 강남권뿐 아니라 용산구(4946가구), 서대문구(4019가구), 동대문구(2254가구) 등 강북권 물량도 적잖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규제가 까다로운 일반 재건축과 달리 소규모 재건축은 규제에서 벗어난 덕분에 사업 속도가 빨라 각종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서울 강남권과 강북 도심은 일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 있는 만큼 소규모 재건축 투자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점이 많다 보니 소규모 재건축에 뛰어든 사업장도 부쩍 늘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럭키와 개포우성5차 등 강남권 단지뿐 아니라 용산구 한남시범, 광진구 광장삼성1차 등 강북권 단지도 꽤 많다. 서울시에서는 총 60여곳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 중 30곳 이상이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한 상태다.

일례로 1986년 준공한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는 지난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기존 8층, 128가구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최고 28층, 186가구로 거듭날 예정이다. 개포럭키와 마찬가지로 1986년 준공한 개포우성5차(180가구)도 지난 8월 소규모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 75%를 확보했다.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조합설립인가를 준비 중이다. 입지도 괜찮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이 가까운 데다 인근에 대치중, 숙명여중고가 위치해 명문 학군을 자랑한다.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매매가는 연일 상승세다. 개포우성5차 전용 78㎡는 올 9월 23억1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실거래가(18억5000만원) 대비 4억원 넘게 뛰었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우성5차는 강남권 다른 단지와 달리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매수 문의도 많아졌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계속 치솟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강북권에서는 광진구 광장동 삼성1차아파트가 눈길을 끈다. 1987년 준공된 이 단지는 총 165가구 규모로 전용 66, 79㎡ 두 가지 평형으로 구성됐다. 전용 79㎡는 올 9월 18억3000만원에 실거래돼 지난해 10월 거래 가격(14억8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올랐다. 호가는 19억5000만원으로 머지않아 20억원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광남초중고교가 가까운 광남 학군이라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75%를 넘어서며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개포럭키, 광장삼성 등 속도

▷대형 건설사 시공 경쟁도 뜨거워

소규모 재건축 사업 단지가 늘다 보니 건설사들도 시공사 경쟁에 속속 뛰어드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시범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 120가구로 규모는 적지만 현대건설은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달기로 했다. 전통 부촌 한남동에 위치한 데다 한남더힐, 유엔빌리지 등 고급 단지와 가까워 입지가 좋은 덕분이다. 단지명은 ‘디에이치 메종 한남’이다.

강남권에서도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가 적잖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는 최근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앞서 8월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포스코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가 대거 참여했지만 결국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송파구 가락현대5차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시공도 포스코건설이 맡기로 했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145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25층, 179가구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단지명은 ‘더샵 송파 루미스타’로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금호건설도 최근 서울 금천구 시흥동 대도연립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2층~지상 20층, 총 199가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지하철 1호선 석수역, 금천구청역이 가깝고 강남순환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서부간선도로도 인접해 교통 여건이 괜찮다.

다만 소규모 재건축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많다.

대형 재건축 단지와 달리 200가구 미만 단지라 거래가 드문 데다 부지 규모가 적어 조경, 커뮤니티시설 등 주민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도 적잖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누릴 수는 있지만 인근 대형 단지와 비교해 집값 상승폭이 더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소규모 재건축은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절차도 간소화돼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가구 수가 적다 보니 제때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 소규모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때는 권리 산정 기준일을 확인해 청산당하지 않도록 투자 수익성을 미리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역세권에 위치하거나 한강 조망권을 갖췄다면 투자 가치가 괜찮지만 입지가 떨어지는 외곽 지역의 소규모 재건축은 환금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입주민 반대로 조합 구성이 지연될 경우 자칫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의견도 눈길을 끈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2호 (2021.11.03~2021.1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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