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가 16억..아파트보다 비싼 오피스텔

2021. 11. 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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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수인분당선 서현역 4번 출구.

중층 빌딩 사이를 지나 탄천 쪽에 이르면 드넓은 공사 현장이 하나 나온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을 짓고 있는 곳이다. 서현역 인근에 무려 20년 만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이다. 서현역과 도보 1~2분 거리 초역세권에 위치해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 관심이 높다. 이 오피스텔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분양 가격이다. 전용 84㎡ 분양가는 16억~17억원. 지난 9월 분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13억4200만원보다 높다.

인근 준공 30년 차 아파트 서현동 ‘시범한양(2419가구)’ 전용 85㎡가 지난 8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더 비싼 금액이다. 가까운 신축인 서판교 백현동 ‘판교더샵퍼스트파크’ 아파트도 전용 84㎡ 분양권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가 16억원이었다.

중대형 오피스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도권 일부 도시에서는 오피스텔 분양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웃도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아파트를 뛰어넘으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지간한 가점으로는 새 아파트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로 아파트 분양가가 꽁꽁 묶인 반면 오피스텔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 역시 오피스텔 분양 가격 상승 요인으로 풀이된다.

덩달아 전반적인 오피스텔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전국 오피스텔값 상승률이 전분기 대비 두 배가량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급등세와 달리 지방은 보합 수준을 면치 못하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게다가 아파트 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면 중대형 오피스텔이 먼저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치솟는 오피스텔 분양 가격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2배

또 다른 예로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전용 84㎡ 분양가는 15억~17억원에 이른다. 3.3㎡로 환산하면 거의 6000만원 수준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동일 면적이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다르다. 아파트는 주택으로 분류돼 발코니 확장이 가능하다. 반면 오피스텔은 발코니 확장이 불가능해 같은 면적일 경우 아파트보다 실내 공간이 훨씬 좁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피스텔 전용 84㎡의 경우 발코니 확장을 한 아파트 전용 59㎡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 전용 59㎡는 5억원대에 분양됐다. 면적이 비슷한 오피스텔 전용 84㎡가 15억원대에 분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 가격 차이는 실질적으로 3배에 이른다.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 분양 가격은 지난 9월 과천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16억5000만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른 수도권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10월 분양 예정인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역 ‘더클래스동진’과 구리 갈매지구 ‘별내역 지웰 에스테이트’의 84㎡ 분양가는 7억~8억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9월 다산신도시 이편한세상자이(전용 80.59㎡) 거래 가격(8억5250만원)과 유사하다.

오피스텔 분양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공급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가 거론된다. 주택법이 적용되는 아파트는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건축법에 따라 지어지는 오피스텔은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변 시세대로 분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 점을 노리고 오피스텔 분양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자 역시 넓은 평수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럿 있다. 오피스텔은 청약할 때 아파트와 달리 가점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오피스텔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 점수가 낮은 2030 젊은 신혼부부 중 상당수가 청약을 포기하고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주택에 대한 청약·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대체 투자처인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는 것도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다주택자 등 투자자 역시 현시점에서는 주택보다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지난해 7·10 대책 이후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려면 8% 이상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취득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 청약 열기는 식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평균 12.2 대 1이다. 총 2만1594실 모집에 26만3969명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은 경쟁률이다.

▶대체 수요·규제 완화 등 호재 많지만

▷아파트 하락기에 직격탄 우려

오피스텔 분양 가격만 급등한 것은 아니다. 분양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기존 구축 오피스텔 가격이 오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분기 대비 0.9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까지 올해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1만3776건으로 1만945건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전용면적 51.84㎡의 경우 지난 8월 8억3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3월 7억4300만원(14층)에 손바뀜한 이후 5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어지간한 서울 구축 소형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이다. 선호 지역인 강남, 과천, 분당 등은 수요가 많고 입지, 고급 마감재, 수영장 등 내부 편의시설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편이다.

중대형 오피스텔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최근 지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드레스룸, 알파룸, 3베이, 4베이 등과 같은 설계가 적용된다. 초기 자금이 부족한 젊은 실수요자나 취득세 중과로 주택을 더 이상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다주택자가 오피스텔에 관심을 쏟는 이유로 풀이할 수 있다.

앞으로도 오피스텔 가격이 계속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바닥 난방이 전용 85㎡ 이내인 경우에만 허용됐다. 앞으로는 전용 120㎡까지 확대해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와 유사한 실사용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용 100㎡ 이상인 오피스텔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아파트 전용 84㎡와 유사한 면적이다. 규제 완화가 오피스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최근 아파트 시장은 조금씩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10월 3주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1.5를 기록했다. 최근 5주 연속 하락하며 지난 5월 마지막 주(99) 이후 19주 만에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수요자가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 100 이하는 공급자가 많은 수요자 우위 시장을 의미한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안정세에 접어들면 아파트 대체재로 평가받는 중대형 오피스텔 시장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2호 (2021.11.03~2021.1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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