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송심'이 급발진시킨 '3단계 진보 통합' ..與 "곳곳에 암초"

김효성 2021. 11. 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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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는 민주당 경선에서 50.29%를 득표해 최종 승리했다. 이후 '무효표 논란'이 일었지만 송영길 대표(왼쪽)는 이낙연 전 대표 측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사진은 10월 10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서울 경선에서 송 대표에 다가가는 이 후보. 연합뉴스

“후보가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통합론을 꺼냈겠느냐.”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 인사가 이재명 대선 후보가 화두로 던진 ‘여권 통합론’에 대해 1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이 인사는 “지난 9월부터 통합론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최근에는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통합과 연대 등 다양한 방식에 관해 의논하고 있다”라며 “이 후보가 주사위를 던졌으니 구체적 논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여권 대통합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탈당한 인사들에 대해서도 “일종의 정치적인 ‘대사면’을 해서 최대한 통합하고 협력하자”고 했다. 이에 당내에선 “‘호남→열린민주당→정의당’ 순으로 통합과 연대를 하자”는 ‘3단계론’도 떠올랐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의원은 “통합론도 ‘이심송심(李心宋心·이 후보와 송 대표의 정치적 공생)’ 차원에서 표출된 것 같다”며 “그러나 통합 단계마다 암초가 적지 않아 두 사람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① 1단계 ‘호남 통합’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통합론의 첫 번째 단추는 ‘호남 통합’이다. 호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경북 안동 출신에, 정치적 기반이 경기도인 이 후보는 ‘민주당 텃밭’ 호남에서 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게 1차적 과제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1일 MBC라디오에서 “야당과 일대 결전을 벌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 내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2017년 옛 국민의당 지도부 모습. 왼쪽부터 이언주 전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박주선 전 의원, 천정배 전 의원, 이찬열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민주당에선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 등 다선 전직 의원들의 복당을 통한 호남 통합론이 떠오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출신 옛 국민의당 인사의 복당설이 거론된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나 동교동계인 권노갑·정대철 전 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게중엔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원하는 인사들도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옛 국민의당 출신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자 우리 쪽 발걸음이 빨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호남 인사들의 반발도 작지는 않다. 탈당 경력자에 대한 ‘페널티’ 규정이었던 ‘전국선거 경선 시 탈당 경력자의 점수 25%를 깎는다’는 민주당 당헌 100조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호남권의 한 여권 인사는 “감점규정이 사라지면 복당자들이 대거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 나서면서 기존 출마 예정자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②2단계 ‘범여권 통합’


민주당에선 ‘친여’ 성향의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설도 거론된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선 총력을 모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열린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8월엔 “지금은 (합당 논의가) 부적절하다”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송 대표가 최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과 물밑에서 합당 문제를 논의 중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는 경선 중이던 10월 6일 열린민주당 유튜브채널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오른쪽) 등과 대담을 했다. 당시 열린민주당은 '검수완박'기조를 강조했다. 유튜브캡처

그러나 ‘중도층 껴안기’가 숙제인 이 후보에게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득보단 실”(한 당직자)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흑석동 투기’ 논란이 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등의 합류는 수도권 중도표를 모으는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③3단계 ‘진보 진영 통합’


지난달 12일 정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이 후보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심 후보 본인은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데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고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향후 단일화 수순에 무게를 뒀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엠블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 4자 가상대결(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에서 심 후보는 6%를 기록했다. 정의당 지지율(5%)보다 높았고 심 후보의 19대 대선 득표율(6.17%)에도 육박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경선 후유증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일부 심 후보로 이동한 것 같은데, 다시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그러나 심 후보는 지난달 31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단일화는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며 선을 그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향후 독자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10%대 지지율 상승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가 국민의힘의 숙제이듯이 민주당에도 심 후보와의 단일화가 우선순위일 수 있다”며 “결국 각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대선 승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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