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엔 주식 팔아? 7년전 코스피 3% 추락시킨 테이퍼링 온다

황의영 2021. 10. 3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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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맞는 국내 증시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3000선을, 코스닥은 1000선을 각각 내줬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공식화 등 굵직한 이슈가 대기 중이어서 투자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29% 내린 2970.68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10월 코스피 3.2% 뚝, 거래대금도 뚝뚝


10월 한 달간 코스피는 3068.82에서 2970.68로 3.2% 하락했다. 지난 7월(-2.86%)과 8월(-0.1%), 9월(-4.08%)에 이어 4개월 연속 월간 기준 하락세다. 공급망 병목현상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각국의 긴축 조짐, 중국 경기 불안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다.

증시의 활력도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753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0월(10조8470억원) 이후 최저치다. 코스피가 최고가 행진을 펼치던 지난 1월(26조4778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코스피 회전율(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도 하락세다. 10월의 회전율은 10.29%로, 지난해 1월(8.69%) 이후 가장 낮다. 주식 손바뀜이 그만큼 줄었단 뜻이다.

문제는 외풍이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인상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Fed 자산매입 감축을 11~12월 시작하겠지만, 내년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실시하면 코로나19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중에 풀었던 돈이 그만큼 줄게 된다. 시장은 이를 긴축으로 받아들이며 미국 금리가 오르게 되고, 신흥국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세계금융위기 이후 Fed 테이퍼링이 시행됐던 2014년 1월 신흥국 증시는 6.7% 내렸고, 코스피는 3.1% 하락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1~12월 테이퍼링 시행이 확정되면 과거의 전철대로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


인플레 부담 속 테이퍼링 개시 조짐


그러나 테이퍼링 가능성이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을 오래전부터 인지했으며, 본질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은 아닌 만큼 장기간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도 "(FOMC에서) 주식시장을 망가뜨릴 만한 과격한 내용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FOMC 회의가 지나면 악재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증시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치솟는 미국 증시 상황과 맞물려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3대 지수는 지난달 29일 동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에만 나스닥은 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6.9%, 5.8% 올랐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국내 증시는 미국이 오를 땐 안 오르고, 하락할 때는 같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화하면, 미국 주가 상승이 꺾여 국내 증시가 2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오는 10일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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