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무너뜨린 강백호, KT 정상 이끌다
강백호(22·KT)가 포효했다. 막내 구단 KT가 창단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올라섰다.
KT는 10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내며 호투했다. 강백호는 6회 말 2사 1·3루에서 천금 같은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8회 말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리드를 지켜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3시즌(2015~17)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2019시즌, 창단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2020시즌은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올 시즌은 한층 탄탄해진 선발진과 짜임새를 갖춘 타선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했고, 1군 진입 7시즌 만에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KT와 삼성은 2021시즌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145번째 경기'를 치렀다. 144경기 전적(76승 9무 59패)이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맞대결 성적·다득점·이전 시즌 순위 순으로 최종 순위를 가렸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구단은 2020년 1월 열린 이사회에서 1위 결정전 도입을 결정했다.
프로야구가 단일리그로 진행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정규시즌 결승전. 야구팬의 관심이 라이온즈파크로 집중됐다. 입장이 가능한 1만 2244석은 매진됐다.
이런 경기에서 KT 간판타자 강백호가 스타다운 해결 능력을 보여주며 주인공을 차지했다.
KT는 5회까지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정규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KT가 14⅓이닝 동안 2점밖에 뽑아내지 못했던 투수다. 하지만 0-0으로 맞선 6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심우준이 내야 안타를 쳤고, 삼성 2루수 오선진의 송구 실책을 틈타 2루를 밟았다. 후속 타자 조용호는 진루타로 주자를 3루에 보냈다.
2번 타자 황재균은 원태인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했다. 그리고 2021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결정지은 승부가 펼쳐졌다. 한국 야구 차세대 투·타 리더인 원태인과 강백호가 만났다.
강백호는 공 2개를 지켜봤다. 모두 강속구였다. 하지만 3구째는 대차게 응수했다. 시속 147㎞ 바깥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았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강백호는 이날 원태인과의 앞선 두 차례 승부에서 모두 졌다. 1회 첫 타석은 평범한 2루 땅볼, 주자를 1루에 두고 나선 4회 두 번째 승부에서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배트를 땅에 내리치며 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맞이한 승부에서는 웃었다. 한층 차분해진 표정으로 원태인을 상대했고, 1·4회를 포함해 9구 연속 들어온 '빠른 공'을 침착하게 대처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8월 중순까지 4할 타율 유지했다. 타격 다관왕을 노렸다. 하지만 9월 출전한 25경기에서 타율 0.250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졌다. 10월 진입 뒤 반등했지만, 1위를 지키고 있던 타율·최다 안타·출루율 모두 다른 선수에게 1위를 내줬다. 강백호는 올 시즌 개인 타이틀을 한 부문도 거머쥐지 못했다.
'무관의 제왕'으로 고개를 숙일 뻔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팀의 창단 첫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원태인을 상대로 결승타를 치며 진정한 승자가 됐다. "팀 우승을 이끄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던 자신의 각오를 지켰다.
이날 KT의 정상 등극을 이끈 또 한 명의 영웅은 쿠에바스다. 그는 10월 28일 NC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뒤 불과 사흘 만에 선발 등판했다. 이강철 감독은 "초반 무실점을 위해 강수를 뒀다"라고 했다. 쿠에바스는 날카로운 컷 패스트볼(커터)을 앞세워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7회 말, 야수 실책으로 놓인 1사 2·3루 위기도 무실점으로 극복했다.
쿠에바스는 지난 8월 부친상을 당했다. 하지만 팀을 위해 공백기를 줄이고 복귀했다. 이날 등판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고 한다. 강백호와 쿠에바스 두 영웅이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대구에 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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