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통일 외에 미래 없다"..中 '민진당 고립작전' 본격화

권지혜 2021. 10. 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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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대만 통일 이후 통치 구상 제시
대만 제1야당은 '독립 반대' 정강 채택
"양안 전쟁 걱정에 대만에서 생필품 비축 현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3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전날 기자들 문답에서 "대만은 중국과 통일하는 것 외에 미래가 없고 중국의 일부라는 것 말고는 다른 국제법적 지위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서 지난 29일 제4차 ‘국가 통일과 민족 부흥’ 토론회가 열렸다. 중국과 대만(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다룬 이번 토론회 반응은 유독 뜨거웠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통일 이후 통치 구상을 제시하자 중국 관영 매체와 대만 야당은 즉각 “대만의 미래는 통일에 달려 있다”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은 대만 통일을 위한 강온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대만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향해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대만 사람들에게는 통일 이후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면서 둘 사이 틈을 벌리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고립 작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 “통일 이후 대만 생활 방식과 사유 재산 보장”

류쥔촨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 판공실 부주임이 지난 29일 후베이성 이창에서 열린 제4차 국가 통일과 민족 부흥 토론회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중국대만망 홈페이지 캡처

3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 류쥔촨 부주임은 토론회 영상 축사에서 “통일 후 대만의 평화와 안녕은 보장되고 경제 발전은 증진되며 민생 복지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만 동포의 생활 방식과 사유 재산, 종교 신앙, 합법적 권익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만의 재정 수입은 민생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며 “대만은 중국 본토 시장을 광활한 배후지로 삼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민진당 당국이 벌이는 독립 도발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관련 시도를 단호히 분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대만은 중국과 통일하는 것 외에 미래가 없고 중국의 일부라는 것 말고는 다른 국제법적 지위가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선 늘 타협의 여지가 없는 국가 주권, 영토 수호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만 독립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격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과 10월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잇따라 대만 통일을 역사적 과제로 제시한 이후부터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 통일 이후의 구상을 언급함으로써 통일 의지가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때맞춰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은 30일 대만 독립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정책 강령을 채택했다. 2016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과 맞붙어 패한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이날 “양안간 연대와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주 주석은 2024년 총통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입장에선 최근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든다고 볼 만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유사시 대만 방어 의지를 두 차례에 걸쳐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방어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은 이에 더해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를 유엔에서의 유일한 합법적 중국 대표로 인정한 유엔 총회 결의 2758호(1971년 채택)를 내세워 미국이 국제적 원칙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관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2005년 제정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대만 분리를 야기하는 행동을 하거나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평화통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비평화적 방식’으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세 가지가 대만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마지노선이다.

중국이 최근 대만 문제에 열을 올리는 건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최근 여러 악재가 겹쳐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주춤해졌고 물가는 오르는 데다 전력난에 겨울철 난방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세 도입, 각종 규제에 따른 피로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만, 양안전쟁 우려에 생필품 비축 나서”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10월 초 대만 타이베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2.6%가 ‘양안 전쟁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전쟁에 대비해 생필품을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대만 국방당국은 내년 3월 이른바 ‘전시 민중 구생 대피 매뉴얼’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민진당이 양안 갈등을 부추겨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중국에 맞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우 부장은 로마에서 열린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부상은 전세계 민주 국가들에 분명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IPAC는 미국, 영국 등 서방 8개국과 유럽연합(EU) 소속 의원 18명이 대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의회 연합체다.

한편 미 CNN방송은 미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대만에 있는 미군 수가 2018년 10명에서 올해 32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CNN 인터뷰에서 대만군 훈련을 위해 미군이 대만에 머물고 있음을 인정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32명으로 대만을 방어할 수 있느냐”는 조롱섞인 대만 네티즌 반응을 그대로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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