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는 지금부터" 인천 'K-이브라히모비치' 김현
오랜 부진 딛고 올 시즌 부활
공중경합 리그 정상급 득점도 노력
"의미 있는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쁩니다." K리그1(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통산 7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끈 공격수 김현(28)은 이렇게 말했다. 김현은 지난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1시즌 K리그1 34라운드 FC서울과 홈경기 1-0으로 앞선 후반 51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시즌 5호 골. 팀은 2-0으로 이겼다. 인천(승점 43)은 2연승을 달리며 스플릿 라운드 파이널B(7~12위) 7위로 올라섰다.
또 이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일부 관중 입장이 허용된 날이었다. 지난 5월 29일 전북 현대전 이후 154일 만에 홈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총 1815명의 관중이 모였다. 김현은 "골을 넣기 전까지 4차례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공격수에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득점에 성공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전은 김현의 축구 인생과 닮았다. 키 190㎝의 장신인 김현은 청소년 대표 시절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특급 골잡이로 기대를 모았다. 20세 이하(U-20) 대표팀 시절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였다. 황선홍(현 U-23 팀 감독) 감독이 눈여겨볼 정도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2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를 밟자마자, 백업 멤버로 밀렸다. 이후 성남FC, 제주 유나이티드 등으로 이적해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9년을 프로에서 뛰었는데, K리그1 전체 경기의 70%(27경기·총 38경기) 이상을 소화한 건 한번(2014시즌 제주 33경기) 뿐이었다. 그의 1부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은 겨우 3골(2015·16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전반기엔 K리그3(3부리그) 화성FC까지 밀렸다. 후반기는 K리그2(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다. "김현은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고교(영생고) 은사인 조성환 인천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물론 이번에도 주전 자리는 아니었다. 몬테네그로 출신 주전 스트라이커 무고사의 백업 공격수 역할이었다. 그래도 김현은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받아들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상체 근력 키우기에 집중했다. 턱걸이로 등 근육 훈련에 몰두했다. 상대 수비와 몸싸움에서 버텨서 동료들에게 기회가 열어주는 것이 '훌륭한 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2~3개월간 철봉에서 이를 악물고 버틴 그는 쉬지 않고 턱걸이 20~30개를 거뜬히 해낼 만큼 힘이 붙었다.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은 86㎏에서 90㎏까지 불었다. 웬만한 체격의 수비수가 압박하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힘이 붙었다.
이런 가운데 개막을 앞두고 무고사가코로나19에 감염됐다. 시즌 초반 10경기 정도 결장했다. 김현에게 주전 원톱 스트라이커 기회가 주어졌다. 꾸준히 칼을 간 그는 기회를 잡았다. 이전과 달리 두려움 없이 상대와 부딪혔다. 그는 현재 공격수 중 공중 경합이 총 178회로 수원FC 라스(224회)에 이어 전체 2위다. 리그 최장신 성남 공격수 뮬리치(119회, 4위)보다 2배 가까이 많다. 경기당 공중 경합(15경기 이상 뛴 선수 기준)도 8.1개로 1위 라스(9개) 다음이다.
많이 뛰었다. 그는 경기마다 11~12㎞를 뛴다.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는 미드필더 같은 활동량이다. 팀 내에서도 많이 뛰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현은 "팀이 필요한 유형의 공격수가 되기 위해 달리고 싸운다.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 이제야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 결정력도 한결 좋아졌다. 그는 무고사와 시너지를 냈다. 이날 서울전에선 갈비뼈 부상으로 빠진 무고사 대진 간판 골잡이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5골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이다. 김현은 "남은 4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겠다. 팀도 파이널B에선 최고 순위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말 갈기를 연상케 하는 긴 머리에 큰 키로 골을 넣는 김현은 AC밀란(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장신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1m96㎝)를 연상케 한다. 그의 등 번호 '8'도 이브라히모비치가 한때 달았던 번호다. 팬은 그를 '현라탄' '킹현'이라고 부른다. 김현은 "영광스런 별명이다. 아버지가 머리 기른 모습을 좋아하신다. 외모뿐만 아니라 득점력도 'K리그 이브라히모비치'에 걸맞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전성기를 꿈꾼다. 김현은 "청소년 시절 잘했지만, 내 축구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올 시즌이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 전성기에 접어드는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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