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지람 받겠다"던 징계 선수 복귀..5강 숨통 틔운 키움
순간의 선택이 5강 운명을 결정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9월 16일 경기 전 공식 인터뷰에서 "한현희와 안우진을 선수단에 합류시키려고 한다"며 어렵게 운을 뗐다. 당시 두 선수는 시즌 중 수원 원정숙소를 이탈, 서울에서 외부인과 술을 마신 게 적발돼 징계 중이었다. 7월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각각 3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받았고 이후 구단의 자체 징계가 추가돼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다.
홍원기 감독은 8월 10일 "한현희와 안우진은 현재 내 구상에 없는 선수들"이라고 못 박았다. 징계가 풀리더라도 출전 시키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했다. 당시 리그를 뒤흔든 선수 일탈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바꿨다. 홍 감독은 "사건 당시 선수들에게 실망감이 컸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양됐다"며 "(입장을) 번복하게 돼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감독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꾸지람 겸허히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키움은 한현희와 안우진의 동반 이탈 이후 선발진이 휘청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마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는 악재가 겹쳤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정찬헌에 김선기, 김동혁, 장재영 등으로 공백을 채웠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입장 번복으로 인해 팬들의 질타를 받더라도 안우진과 한현희의 복귀를 결정한 이유다. 출전 정지 징계가 먼저 끝난 안우진이 9월 23일, 한현희는 지난 16일 1군에 등록했다.
키움은 전력에 날개를 달았다. 파이어볼러 안우진은 복귀 후 소화한 선발 6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3승 2패 평균자책점 3.28)와 원투펀치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한현희도 마찬가지다. 복귀 후 성적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40.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틔웠다. 특히 지난 29일 고척 KT전에서 6이닝 2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패할 경우 5강 진출이 좌절되는 벼랑 끝 승부였지만 부담감을 이겨냈다.
키움은 두 선수 덕분에 선발 로테이션이 짜임새를 갖췄다. 한현희가 29일 KT전을 맡아주면서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 요키시를 투입, 승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5강행 막차 티켓을 손에 넣었다. 더 나아가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 투수로 안우진이 나서는 연쇄 효과로 이어졌다. 한현희와 안우진이 없었다면 5강행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입장 번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만큼은 확실하게 손에 넣은 키움이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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