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제이미 로맥이 남긴 것들
[유준상 기자]
KBO 장수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제이미 로맥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SSG 랜더스는 3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부터 5시즌 동안 활약해왔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은퇴한다고 밝혔다. 전날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서 패배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좌절됐고, 로맥의 마지막 시즌도 그렇게 끝을 맺었다.
▲ 선수단과 인사를 가진 제이미 로맥이 5시즌의 활약을 뒤로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
ⓒ SSG 랜더스 |
홈런군단의 주역이자 우승의 주역이었던 로맥
2017시즌 초반 외국인 타자 대니 워스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자 SSG가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때 SSG 유니폼을 입게 됐던 선수가 바로 로맥이었다.
다른 팀에 있는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조금 늦게 합류했음에도 존재감은 강렬했다. 첫 시즌부터 30개가 넘는 홈런을 쏘아올렸고, 결과적으로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SSG가 로맥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듬해, 로맥은 43개의 홈런으로 박병호(키움)와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고 팀 역시 전년도(234개)에 이어 233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홈런군단'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냈다. 2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이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서 '업셋 우승'을 달성,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로맥은 그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1할대의 타율에 그쳤으나 각 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나온 플레이오프 5차전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의 홈런은 지금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홈런 한 방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좌우되는 단기전에서 로맥의 공헌도도 분명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2019년부터 올 시즌까지도 20개가 넘는 홈런으로 외국인 타자로는 KBO리그 역대 2번째 5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팀과 선수 모두에게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18시즌만큼의 임팩트가 아니었어도 여전히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성적 그 이상의 가치...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로맥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서 긴 시간 동안 뛰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이 밑거름이 돼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부수적으로 인성이나 팬서비스 등의 요소까지 받쳐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무려 5년을 한 팀에서만 보냈던 로맥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2019년 올스타전에 출전했을 당시에서는 '맥아더 장군' 퍼포먼스로 현장을 찾은 야구팬들의 박수가 쏟아지는가 하면, 오랜 한국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등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로맥은 인천지역 저소득층 척추측만증 어린이들의 수술비용을 후원하는 '홈런 포 유(HOMERUN FOR YOU)' CSR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구단이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성적이 아니더리도 여러 측면에서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와는 분명 다른 느낌을 주었다.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로맥은 구단을 통해 "인천에서, SSG의 외국인 선수로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팬들께서 사랑을 보내주셨고, 나 또한 팬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야구인생을 통틀어 한국에서의 5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과 또 나를 위해 도움을 주신 주위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SSG와 로맥의 동행은 올 시즌으로 끝을 맺게 됐지만, 선수단과 팀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 헌신했던 로맥의 이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SSG가 로맥의 등번호 '27'번을 팀 주축 외국인 타자를 상징하는 번호로 남기면서 다음 외국인 선수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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