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로는 부족했다.. 35년 만에 열리는 타이 브레이커 게임
[김승훈 기자]
10월 30일 부로 2021년 KBO리그 정규 시즌의 일정이 끝났다. 10팀은 모두 정해진 144경기를 치렀고, 이에 따른 각자의 순위를 성적표로 받았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팀도 시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결정되었을 정도로 치열한 순위 경쟁이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5위는 마지막 경기에서 뒤집어졌다. 6위였던 키움 히어로즈가 9위 KIA 타이거즈(58승 10무 76패 0.433)에 승리하면서 마지막 날 순위를 뒤집은 반면(70승 7무 67패 0.511), 5위였던 SSG 랜더스는 리그 1위에 도전하던 kt 위즈에게 패하면서 마지막 날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66승 14무 64패 0.508).
3위에서 10위까지 8팀의 순위는 정해졌고, 포스트 시즌도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 직행권이 주어지는 정규 시즌 우승 팀은 144경기를 마치고도 끝내 결정되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kt가 76승 9무 59패로 정확히 같은 승률(0.563)을 기록하며 공동1위로 정규 시즌을 마친 것이다.
마지막 날 극적으로 합류한 키움,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탄생
시즌 143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5위 SSG는 홈인 인천에서 1위 사수에 도전하던 kt를 상대했다. 사상 첫 정규 시즌 우승에 도전하던 kt도 물러날 곳이 없었고, 6위 키움에게 반 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던 SSG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6위였던 키움은 광주에서 9위 KIA를 만났다. SSG보다는 마지막 경기 상대가 다소 쉬운 편이기는 했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서 일단 무조건 이기고 인천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키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선봉장은 리그 타격왕에 도전하던 이정후였다.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호투하는 동안 키움은 2회에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선두타자 박병호가 보 다카하시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자 키움의 타선은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전병우의 희생 번트로 박병호가 2루로 진루했고, 박동원의 적시타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1-0). 이어 변상권의 연속 적시타로 박동원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2-0).
이용규의 2루타와 폭투, 김혜성의 희생 플라이로 점수가 더 벌어진 상태에서(3-0) 3번타자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섰다. 타격왕에 도전할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이정후는 다카하시와 10구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10구 째 시속 151km 짜리 빠른 공을 잡아 당긴 이정후는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날렸다(5-0).
2회에만 타자일순하며 5득점한 키움은 요키시가 3회에 한승택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5-1). 그러나 8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다시 등장한 이정후가 교체된 투수 김현준을 상대로 추가 적시타를 날렸다(6-1).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한 이정후는 승리에 기여하며 개인 타율도 0.360까지 끌어 올렸다.
SSG가 kt에게 마지막 날 패하면서 순위가 뒤집어졌고, 키움은 요키시와 이정후의 맹활약으로 마지막 날 극적으로 포스트 시즌 합류에 성공했다. 개인 성적까지 챙긴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의 뒤를 이어 타격왕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프로야구에서 모두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세계 야구 역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공동 1위 지킨 kt, 희생양이 된 SSG는 마지막 날 탈락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을 노렸던 kt는 신인상 출신의 오른손 투수 소형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믿을 수 있는 카드를 꺼냈으나 1회부터 서로 점수를 주고 받는 접전이 벌어졌다. 2회까지 2-2로 균형을 이뤘던 승부였으나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서 승부가 급격히 기울어졌다.
3회초 2사 상황에서 유한준의 솔로 홈런이 나오면서 팽팽했던 균형은 깨졌다(3-2). 그리고 5회초 1사 1, 3루 상황에서 강백호를 상대로 교체된 SSG의 투수 김태훈이 폭투를 범하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SSG 랜더스 필드를 덮었다(4-2).
폭투로 한 점을 얻은 kt는 바로 강백호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점수 차를 더 벌리기 시작했다(5-2). 뒤이어 유한준의 추가 안타로 다시 1사 1, 3루 찬스가 이어졌고, 제러드 호잉이 3점 홈런을 날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8-2).
SSG는 6회말 선두 타자 한유섬이 교체된 kt의 투수 고영표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렸다(8-3). 그러나 SSG의 추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5이닝 4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93구)하며 제 역할을 다하자, 두 번째 투수 고영표가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의 투혼(42구)으로 SSG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SSG는 김건우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흔들리자 바로 장지훈으로 투수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5회에 교체된 김상수가 장지훈의 책임주자들을 지키지 못하며 무너졌고, 이후 김태훈과 박민호까지 kt의 불타는 타선을 막지 못했다.
SSG의 여섯 번째 투수 최민준이 겨우 5회를 끝내고 8회까지 분투했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 날 가장 늦게 끝났던 인천 경기까지 2021년 정규 시즌 경기들이 모두 끝났고, 이 마지막 경기의 결과로 SSG는 키움에게 5위 자리를 내주고 안타깝게 시즌을 마쳤다. 반면 승리한 kt는 자력으로 1위를 사수한 채 시즌을 마쳤다.
삼성도 승리, kt와 공동 1위로 정규 시즌 마무리
kt는 자력으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창원에서 열렸던 공동 1위 삼성도 7위 NC 다이노스(67승 9무 68패 0.496)에게 승리하면서 마지막 날까지 순위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원 경기는 경기 중반까지는 접전으로 진행됐다. 1회초 삼성이 구자욱의 안타와 호세 피렐라의 2점 홈런으로 앞서가는 듯 했지만(2-0), 1회말 NC가 바로 최정원과 김주원의 연속 안타에 이어 나성범의 3점 홈런으로 응수했다(2-3).
2회초 김상수 타석에서 NC의 수비 실책으로 삼성이 한 점을 따라 붙었는데(3-3), 4회말 NC가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강진성의 볼넷에 이어 박대온, 정진기 그리고 최정원까지 3명의 타자가 연속 안타에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이 3타자 연속 안타가 모두 단타였기 때문에 강진성 혼자 득점하여 한 점을 추가한 것에 그쳤다는 사실이다(3-4).
5회부터는 삼성이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NC의 추격 의지를 꺾고 1위 사수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5회초 삼성은 구자욱의 안타와 오재일의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5-4). 6회초에 김헌곤의 솔로 홈런(6-4)을 추가한 삼성은 오선진과 박해민의 연속 볼넷에 이어 구자욱의 2타점 적시타로 점수를 더 벌렸다(8-4).
7회초 삼성은 이원석의 2루타, 김헌곤의 희생 번트, 김지찬의 볼넷에 이어 오선진이 적시타를 터뜨렸다(9-4). 박해민의 희생 플라이(10-4)까지 곁들여 10점을 채웠던 삼성은 9회초 김헌곤의 안타와 김지찬의 볼넷에 이어 다시 박해민의 적시타로 점수를 더 벌렸다(11-4).
NC는 9회말 오승환을 상대로 김주원이 솔로 홈런을 날리며 추격했다(11-5). 그러나 최고령 세이브왕(44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에게 더 이상의 실투는 없었고,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삼성 역시 마지막 날까지 1위를 지켰다.
대진표 작성을 위해 35년 만에 열리는 타이 브레이커
마지막까지 공동 1위 삼성과 kt를 추격했던 LG 트윈스는 마지막 날 롯데 자이언츠에게 2-4로 패했다. 공동 1위 그룹과 1경기 반 차이로 벌어진 LG는 최종 성적 72승 14무 58패(0.554)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게 됐다. 한때 7경기에서 4무 3패로 치고 나가지 못했던 것이 정규 시즌 우승을 아쉽게 놓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포스트 시즌 티켓만 확보했던 두산 베어스는 마지막 날 최하위 한화 이글스 원정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정규 시즌 4위를 확정했다(71승 8무 65패 0.522).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7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10구단 체제에서 처음으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일정은 확정됐다. 두산이 1승을 먼저 가진 상태에서 잠실에서 키움과 2연전을 치르게 된다. 두산은 1차전 연장 15회까지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만, 키움의 입장에서는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이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한 팀은 그대로 잠실에서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하여 전반기가 일찍 종료되는 바람에 후반기 일정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준플레이오프가 2선승제로 줄어들었다. 서울 3팀이 3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차지하면서 준플레이오프까지는 서울 시리즈로 진행된다.
삼성과 kt가 동률로 144경기를 마무리하면서 KBO리그는 무려 35년 만에 타이 브레이커를 진행하게 됐다. 이전에는 1986년 후반기 리그에서 OB 베어스(현 두산)와 해태 타이거즈(현 KIA)가 동률을 기록하면서 3전 2선승제의 타이 브레이커를 치른 적이 있다(베어스가 당시 후반기 우승).
1989년 전후반기 구분 없이 단일 리그로 통합되면서 이 타이 브레이커 규정은 사라졌다.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와 두산이 정규 시즌을 동률로 마무리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상대 전적 우위였던 두산이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 당시 SK는 시즌 막판 부진으로 마지막 날에 동률을 허용했고, 결국 이 부진이 이어져 플레이오프에서도 맥없이 무너졌다. 결국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과 정규 시즌 성적이 같으면서도 최종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2020년 시즌부터 정규 시즌 우승을 결정짓는 경우에 한하여 타이 브레이커가 부활했다. 공동 5위가 발생할 경우에는 상대 전적으로 탈락 여부를 결정하며, 공동 1위가 3팀 이상일 경우에도 타이 브레이커 없이 해당 팀들의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상대 전적에서 우세했던 삼성, 타이 브레이커 홈 어드밴티지 부여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을 위한 타이 브레이커가 가끔 실시된다. 보통 같은 지구에서 동률인 팀이 나오게 될 경우 디비전 챔피언과 와일드 카드 팀을 나누기 위하여 타이 브레이커를 실시하는데, 와일드 카드 팀은 단판 게임을 추가로 치르기 때문에 상당히 큰 관심을 끈다.
메이저리그에서 열리는 타이 브레이커 경기는 정규 시즌의 163번째 경기로 인정되며, 경기에서의 각종 기록들도 팀 성적과 개인 성적에 모두 반영된다.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의 중요성 때문에 심판은 4심제가 아닌 6심제로 진행하는 정도만 차이가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의 타이 브레이커는 정규 시즌 우승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경기에서의 각종 기록들은 개인의 시즌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순위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무승부나 승부치기 없이 끝장 승부로 진행되며, 여기서 승리하는 팀은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와 함께 한국 시리즈 직행권이 주어진다.
2021년부터 정규 시즌 우승 팀에게 한국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가 4경기에서 5경기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 어드밴티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다만 11월 15일이 포함된 겨울 시리즈 일정 때문에 7경기 모두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삼성과 kt 모두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기는 어렵다.
정규 시즌에서는 삼성이 kt에 9승 1무 6패로 앞섰다. 이 때문에 타이 브레이커의 홈 어드밴티지는 삼성에게 돌아갔고, 31일 낮 2시에 열리는 이 경기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게 된다. 삼성은 전날 창원에서 경기를 마친 뒤 바로 대구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고, kt는 인천에서 경기를 마친 뒤 바로 대구로 이동했다.
두 팀 모두 이 경기를 끝내면 최소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가 열리는 11월 8일까지 1주 이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전날 선발투수 등 피로가 누적된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출전 대기를 할 것으로 보이며, 치열한 불펜 대결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2015년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첫 포스트 시즌이다.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포스트 시즌인데, 리빌딩에 성공한 뒤 다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지닌다.
kt 역시 지난해 아쉽게 도전에 실패했던 한국 시리즈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는 만큼 kt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각자 큰 의미를 갖고 있는 2021년 정규 시즌 우승의 타이틀은 어떤 팀이 가져가게 될지 지켜보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정희보다 더 쉽게 대통령 된 사람
- 문 대통령, 탄소중립 협력 제안에 마크롱 "한국 NDC 상향 환영"
- 두 여형사의 강간범 수사, 체포 이후가 더 놀라웠다
- 100여년 전 방통대 역사관, 일제는 이렇게 써먹었다
- 인천·제주 앞바다에 생긴 '환장의 섬'이 보내는 경고
- 콩나물도, 콩도 아닙니다... 저는 줄이 좋습니다
- 정동진 흑역사? "길바닥이 온통 새까맸다"
- "노태우 장례위원 참여·조기 게양한 박종훈 교육감 사과해야"
- [오마이포토2021] 깊어가는 가을정취 만끽하는 시민들
- 내일부터 '위드코로나'... 사적모임 10∼12명까지·24시간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