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탈락한 SSG와 추신수, 첫 시즌 성과는?
[이준목 기자]
▲ 400홈런 이뤄낸 최정 끌어안는 추신수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SSG 최정이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통산 400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추신수 선수가 포옹하고 있다. 400홈런 기록은 이승엽 선수 이후 역대 2번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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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창단 첫 해 포스트시즌 도전이 좌절됐다.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SSG는 KT에 3-8로 완패했다.
같은 날 키움이 KIA에 6-1로 승리하면서 5위를 내주고 SSG는 6위로 내려앉았다. 키움은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SSG는 66승 64패 14무로 5할 승률(.508)을 넘기고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투수운영이 아쉬웠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경기나 다름없는 최종전에서 김원형 감독은 신인 김건우를 선발로 올렸다. 긴 이닝을 기대했다기보다는 불펜진을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대비한 선택이었지만 신인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우려한대로 김건우는 1회를 넘기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SSG벤치는 바로 투수를 교체하고 장지훈을 투입해야 했다.
1회에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SSG 타선이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이른 시점에 가동된 불펜은 갈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장지훈이 3회초 유한준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고, 5회에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상수가 1사 1, 3루 위기에 몰리자 구원 등판한 김태훈은 폭투에 이어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박민호는 호잉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가장 믿을 만한 필승카드인 서진용-김택형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김건우의 선발기용 실패가 비롯된 악순환이 이후의 투수운영까지 꼬이게 만드는 나비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는 순간 사실상 이날의 승부도, 가을야구도 모두 끝났다.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한 SSG
올시즌 프로야구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SSG는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SK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 시즌 9위에 머문 아쉬움을 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SK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원형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데 이어, 역대 최고의 메이저리거 한국인 타자 추신수,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풀린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하며 스토브리그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야구덕후로 소문난 정용진 구단주의 뜨거운 야구사랑도 많은 이슈가 됐다.
SSG는 시즌 초반 한때 선두권을 달리면서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5월말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쳐왔다. 선발진의 주축이던 박종훈과 문승원이 연이어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외국인 투수 르위키 역시 부상에 허덕이다가 결국 4경기만 출전하고 6월 초에 팀을 떠났다. 무려 3명의 주전선발이 사라지며 마운드가 무너진 SSG는 다행히 오원석과 이태양, 조영우, 최민준 등이 빈자리를 그럭저럭 메워줬고, 탄탄한 불펜진이 제몫을 해준 덕에 전반기를 4위(42승 2무 36패)로 PS 진출권에서 잘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름 이후 풀타임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던 대체 선발들의 구위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선발진이 긴 이닝을 끌어주지 못하면서 불펜의 피로도까지 가중되는 악순환이 깊어졌다. 또다른 외국인 선수인 윌머 폰트와 샘 가빌리오도 충분한 해답이 되어주지 못했다. 7~8월에 7승 2무 16패에 역주행한 SSG는 그나마 9~10월에 타선이 살아나며 끝까지 5강 싸움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필 5강 경쟁자였던 키움도 '술자리 논란'의 주인공 한현희와 안우진이 이탈했다가 시즌 막바지에 복귀했고, 송우현도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퇴단하는 등 마운드 고민은 SSG와 비슷했지만 차이는 뒷심에서 갈렸다. 키움은 시즌 마지막 세 경기서 삼성, KT, KIA를 잇따라 잡고 극적으로 5위를 차지하는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추신수, 낮은 타율과 기복 아쉬웠던 한 해
화려한 메이저리거 경력으로 주목받았던 추신수는 아쉽게 KBO리그 첫 시즌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데 실패했다. 추신수는 지난 2007년 이루어진 해외파 특별지명 규정에 따라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SSG에 입단할 수밖에 없었다. SSG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봉 27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추신수를 예우하는 데 공을 들였다.
추신수의 KBO리그 첫 해 성적은 '나이를 감안하면 매우 우수함', '몸값과 네임밸류를 감안하면 아쉬움'으로 요약할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 10월 5일 LG 트윈스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 올해 20홈런-20도루에 성공한 데 이어 만 39세 2개월 22일의 나이로 양준혁이 보유하던 역대 최고령 20-20기록(만 38세 4개월 9일)을 갈아치웠다. 지난 26일에는 39세 3개월 13일의 나이로 NC 다이노스전서 볼넷을 골라내며 역시 양준혁(당시 37세 3개월 26일)이 갖고 있던 최고령 볼넷 기록도 새로 썼다.
2021시즌 추신수의 최종성적은 타율 .265(39위), 출루율 .409(6위) 홈런 21개(12위), 타점 69개(23위), 도루 25개(6위) 122안타(32위)를 기록했다. 장점이었던 출루율과 장타력은 여전했고 수비에서도 기여도가 높았지만 낮은 타율과 기복은 아쉬웠다. 개막전 전문가들의 예상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차를 고려할 때 3할-30홈런-90타점 이상에 4할대 중후반의 출루율을 기록할 것이라던 대부분의 전망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수치다.
다만 추신수가 국내 야수 중 최고령 선수이고 KBO리그 첫 시즌인데다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것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후반기 내구성에 물음표가 붙었던 추신수이지만 KBO리그 첫 해 무려 137경기나 소화하며 건재함을 증명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 SSG는 추신수의 라커룸 영향력과 팀내 기여도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추신수는 연봉 가운데 10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등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SSG는 가을야구 문턱에서 아쉬운 모양새로 좌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SSG는 전신인 SK의 팬퍼스트 철학을 계승하며 프로야구에 대한 진정성있는 애정을 보여줬고, 선수단은 역대급 위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선전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선발진의 부상은 팀에는 악재였지만 한편으로 많은 투수들이 고르게 기회를 얻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SK는 올시즌 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까운 13명에 달했다. 홈런왕 최정(35개)과 한유섬(31개)-로맥(20개)-추신수까지 20홈런을 넘긴 타자만 4명을 배출하며 팀홈런 1개(185개)에 올라 화끈한 거포군단의 부활을 이루어냈다.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만 아니었다면 SSG는 충분히 더 높은 단계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일 보 후퇴가 SSG의 2022시즌에 우승 도전이라는 이 보 전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저 실망스러운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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