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만난 손흥민 '침묵'.. 토트넘 근심거리된 케인
[이준목 기자]
▲ 10월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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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첫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하며 웃지 못했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두 팀 모두 성적과 경기력이 나빠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올레 군나르 솔샤르 두 감독은 비난 여론에 시달리며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이른바 감독의 운명까지 좌우할수 있는 '경질 더비'로까지 불렸다.
두 팀간의 악연도 있었다. 토트넘은 지난 2020년 10월 5일 2020-21시즌 4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손흥민의 2골 1어시스트 활약에 힘입어 맨유를 6-1로 대파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4월 런던에서 31라운드 경기에서는 맨유에게 1-3으로 패했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손흥민를 둘러싼 논란까지 있었다. 손흥민이 파울을 당하며 맨유의 골이 취소된 상황을 두고 솔샤르 감독의 비난에 이어 일부 맨유 팬들이 도를 넘어선 인종차별까지 저질러서 토트넘이 구단차원에서 공식항의를 제기했고, 맨유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한 손흥민 개인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였다. 평소 우상으로 꼽았던 호날두가 올시즌 12년 만에 맨유로 복귀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적인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선수 모두 나란히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희비 엇갈린 손흥민과 호날두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 손흥민과 호날두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호날두는 전반 39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29분 에딘손 카바니의 추가골을 도우며 팀의 완승을 이끌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후반 41분에는 교체투입된 마커스 래시포드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반면 손흥민은 침묵했다. 토트넘에게도 반격의 기회는 있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특히 가장 많은 찬스를 얻고도 마무리를 짓지 못한 손흥민이 팀 패배와 무득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손흥민은 전반 5분 왼발로 시도하 첫 슈팅이 수비를 맞고 굴절되어 코너킥이 된 것을 비롯하여 전반 23분에는 루카스 모우라의 패스를 이어받아 날린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34분에도 역습 기회에서 해리 케인이 중앙선 바로 뒤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맞는가 했으나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토트넘은 맨유에게 결국 먼저 골을 내주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토트넘은 이날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비록 맨유전에서는 부진했지만 시즌 전반으로 보면 매우 부진한 토트넘에서 그동안 그나마 고군분투해준 선수였다. 어쩌면 손흥민의 부진보다 더 뼈아팠던 것은 파트너 해리 케인의 침묵과 누누 산투 감독의 아쉬운 용병술이었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자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케인은 수 년 동안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였다. 지난 시즌에는 23골 14도움으로 EPL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차지하는 등 경이로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9경기에 출전하여 단 1골 1도움에 그치고 있다. 불과 1년 전 동일하게 10라운드가 끝난 시점에는 무려 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선두에 위치했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물론 유로파 컨퍼런스 등 컵대회에서 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력이 떨어지는 약체팀을 상대로 했고, 토트넘도 로테이션을 적극 가동할 만큼 비중이 높지 않은 대회였다. 맨유전에서도 케인은 손흥민-모우라와 선발 공격진을 형성했지만 맨유의 수비벽을 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슈팅 시도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케인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서 이적을 강하게 추진했으나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로 팀에 복귀했지만, 마음이 떠난듯 예전의 동기부여와 충성심을 잃은 모습이다. 경기력이 최악을 거듭하며 주가는 하락했고 홈팬들에게도 야유를 받을 정도로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산투 감독 용병술도 논란
무기력한 산투 감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투 감독은 올시즌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루하고 특색없는 수비축구에, 변화에도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팬들의 불만이 높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이라는 정상급 공격수들을 보유하고도 제대로 된 공격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용병술과 교체 타이밍 역시 의문부호가 가득하다. 지난 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는 단 한 명의 교체 카드도 활용하지 않는 기행을 보였고, 주중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비테세 원정 경기에서는 대규모 로테이션을 가동했으나 0-1로 패했다. 이어진 주말 리그 웨스트햄 원정과 맨유전에서도 잇달아 패배하며 토트넘은 주전들의 체력안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누누 감독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교체 카드를 통한 변화가 거의 없다. 맨유전에서는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그나마 잘하던 모우라를 빼고 스티븐 베르흐베인을 투입하자 토트넘 팬들의 야유가 쏟아져나왔다. 이후 탕귀 은돔벨레-델레 알리도 투입됐지만 교체선수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연승과 연패를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맨유전 완패로 토트넘은 5승 5패 승점 15점으로 8위까지 추락했다. 10라운드까지 득점은 고작 9골(공동 18위)에 그치며 경기당 한 골도 넣지못한 반면, 실점은 두 배에 가까운 16골(공동 15위)이나 된다. 토트넘의 공수마진(-7)은 강등권 3팀(18-20위, 리즈, 뉴캐슬, 노리치)를 제외하면 리그 최악이다. 감독(산투)과 에이스(해리 케인)가 팀의 최대 근심거리로 전락해버린 토트넘의 미래는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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