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 수렁' 기업은행, 승리는커녕 승점도 없다

양형석 2021. 10. 3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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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1-2022 V리그] 30일 GS칼텍스전 1-3 패배로 개막 후 4연패

[양형석 기자]

GS칼텍스가 연패의 문턱에서 벗어나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3-25, 25-12, 25-21)로 승리했다. 지난 27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1-3으로 패하며 시즌 첫 패를 당했던 GS칼텍스는 기업은행을 제물로 다시 승리를 챙기며 2위 KGC인삼공사를 바짝 추격했다(3승 1패, 승점 9점).

GS칼텍스는 카메룬 출신의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41.45%의 점유율과 53.97%의 성공률로 38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 에이스' 강소휘도 17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반면에 기업은행은 오랜만에 주전 선수 4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세터 조송화가 무릎부상으로 교체되면서 힘든 경기를 했고 여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먼저 4연패를 당했다.

이정철 감독 퇴임 후 심해진 성적 기복
 
 기업은행의 간판스타였던 김희진은 2020도쿄올림픽 이후 여자배구의 인기를 주도하는 '전국구스타'로 발돋움했다.
ⓒ 한국배구연맹
 
창단할 때부터 김희진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라는 걸출한 토종 원투펀치를 거느리고 리그에 뛰어들었던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 첫 통합 우승을 시작으로 무려 6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희진, 박정아의 꾸준한 활약 속에 이효희(도로공사 코치), 김사니(기업은행 코치) 같은 노련한 세터들이 팀을 이끌었고 카리나 오카시오와 데스티니 후커, 리즈 맥마혼, 메디슨 리쉘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단연 돋보였다.
    
기업은행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김사니의 은퇴와 박정아의 이적으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지만 외국인 선수 메디의 활약에 힘입어 6연속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 이후 외국인 선수 메디가 중국리그로 진출하고 FA 자격을 얻은 김미연(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마저 팀을 떠나면서 기업은행의 전력은 더욱 약화됐다. 결국 기업은행은 2018-2019 시즌 7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일선에서 물러난 기업은행은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김우재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강릉여고의 돌풍을 이끌었던 김우재 감독도 기업은행을 부활시키진 못했다. 기업은행은 2019-2020 시즌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의 태업 논란 등 여러 악재 속에 8승 19패의 성적으로 6개 구단 중 5위라는 창단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러시아의 안나 라자레바(페네르바흐체 SK)를 선발한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득점 2위(867점)에 오른 라자레바의 대활약 속에 세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PAOK)이 동시에 빠지며 전력이 크게 약화된 흥국생명에게 1승 2패로 패하며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허리부상에도 플레이오프에서 분전했던 라자레바는 시즌이 끝난 후 터키리그로 떠났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김우재 감독과 결별한 기업은행은 3대 감독으로 V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서남원 감독을 선임했다. 여기에 김수지와 김희진, 표승주가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팀의 인기도 함께 급부상했다. 기업은행은 이탈리아 2부 리그에서 활약했던 새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만 제 몫을 해준다면 충분히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라고 평가 받았다.

외국인부터 리시브-블로킹까지 '총체적 난국'
 
 라셈은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30%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로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분명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배구팬들에게 가장 주목 받는 팀이었다. 올림픽 이후 치솟고 있는 여자배구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대표 선수 3명이 포함된 기업은행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후 4경기를 치른 현재 아직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지 못했다. 0-3으로 허무하게 패한 경기는 한 번도 없었지만 세트 승리의 상승세를 다음 세트까지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운 패배가 4경기 연속 이어졌다. 

기업은행 초반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외국인 선수 라셈의 아쉬운 파괴력을 꼽을 수 있다. 라셈은 4경기에서 78득점으로 득점부문 5위에 올라 있지만 공격성공률은 33.96%로 9위에 머물러 있다. 라셈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시즌 초반 40% 이상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셈의 공격성공률은 외국인 선수로서 실망스런 수준이다.

라셈의 부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모든 플레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서브 리시브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5.99%의 리시브 효율로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5위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27.01%)이고 7위는 주전 윙스파이커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과 이재영이 동시에 빠진 흥국생명이다(22.95%).

그렇다고 기업은행이 높이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행은 국가대표 주전센터 김수지와 라이트 김희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팀 블로킹 부문에서 7위 페퍼저축은행에게 단 0.03개 앞선 세트당 1.63개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김수지만 세트당 0.50개의 블로킹으로 블로킹 부문 9위에 올라 있을 뿐 김희진이 세트당 0.31개(14위), 라셈이 세트당 0.25개(16위)로 높이에서도 전혀 상대를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GS칼텍스전에서 2세트를 25-23으로 힘들게  따낸 기업은행은 흐름을 타지 못하고 3세트를 12-25로 허무하게 내주며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물론 시즌이 거듭될수록 기업은행 선수들의 컨디션이 회복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초반 승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순위경쟁에서 점점 고전할 수밖에 없다. 내심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바랐던 기업은행의 출발이 팬들의 기대와는 크게 어긋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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