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서 가장 많이 주운 쓰레기, 의외의 1위 [에코노트]
바닷가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다고 상상했을 때, 가장 많이 발견하는 쓰레기는 무엇일까요? 플라스틱병? 휴지? 비닐? 1위는 더 작고 익숙한 물건, 바로 담배꽁초입니다.
최근 제주 해안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줍깅’ 캠페인을 벌인 결과 담배꽁초가 가장 많은 비율(22.9%)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제주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동서남해안의 쓰레기를 수거했을 때도 담배꽁초가 가장 많이 발견됐습니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의 연안 정화 보고서에서도 담배꽁초는 압도적인 물량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나는 바다에 잘 안 가고, 꽁초를 해변에 버린 적도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죠. 도심에서 버려진 담배꽁초도 빗물받이나 하수도로 흘러가 바다 쓰레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담배꽁초가 바다로 간 뒤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담배꽁초 수거함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에코노트]가 짚어봤습니다.
담배에는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솜처럼 생긴 필터가 들어 있습니다. 이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집니다. 담배꽁초가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버려진 담배꽁초는 대부분 누군가 흡연하고 남은 것이겠죠. 흡연한 담배는 흡연 전보다 니코틴 같은 유해물질 농도가 더 높아집니다. 플라스틱에 유해물질까지 합쳐진 담배꽁초가 바다로 유입되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하루 평균 1200만개에 달한다는 환경부 보고서도 지난해 나왔습니다. 국내 담배 생산량의 7%에 해당하는 물량이죠. 이로 인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하루 최대 0.7t으로 추정됩니다. 꽁초 크기가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라고 생각하면, 배출되는 양이 어마어마한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강북구가 먼저 시도했는데요. 만 20세 이상 주민 누구나 길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가져오면 무게를 재서 보상금을 지급해주는 방식입니다.
담배꽁초 1g당 20원으로 계산, 월 최대 6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 지급 기준은 4000원(200g)입니다. 서울 용산구의 경우 1만원(500g)이상 누적돼야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이물질은 무게에서 제외되고, 꽁초가 젖어있으면 접수할 수 없다고 하네요.
담배꽁초도 수거와 재활용을 통한 자원 선순환이 가능할까요? 환경부는 강북구와 협약을 맺어서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담배꽁초를 모아서 ① 필터만 분리해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지 ② 유해물질이 제거된 필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의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지 시험해볼 예정입니다. 이 시범사업은 내년 5월까지 진행됩니다.
담배꽁초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당장 바다로 흘러가는 담배꽁초를 막으려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간단한 방법으로 담배꽁초 수거함을 늘리면 되지만,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거·처리까지 생산자 몫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담배 한 갑당 24.4원의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담배 제조사 입장에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이미 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연합(EU)은 담배꽁초 수거와 청소 비용을 담배 생산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지침을 2019년에 제정했습니다. 영국도 올해 같은 정책을 예고했죠. 우리나라 역시 ‘담배는 플라스틱’이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해변 쓰레기 1위라는 오명을 벗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담배로부터 바다를 지키는 일,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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