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무늬만 임대' 꼼수 부리다..'종부세 폭탄' 맞는다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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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백현동 '무늬만 임대'
“청년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배경엔 높은 주거비 부담 문제가 있다. 청년층이 저렴한 비용을 내고도 수준 높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품질 좋은 임대 아파트를 디벨로퍼들이 앞장서서 공급해야 한다.”
서울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판교더샵퍼스트파크의 시행사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이 임대주택 분양 직전인 2017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로열층 차지한 중대형 '무늬만 임대'
이 아파트는 최고 25층 84~229㎡(이하 전용면적) 1223가구다. 분양주택 1100가구와 임대주택 123가구가 섞여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파격적인 4단계 상향을 하면서 전체 건립 가구 수의 10%를 임대주택으로 지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임대주택 배치와 달리 이 단지에선 임대주택이 더 '좋은' 집이다. 맨 꼭대기 층에 들어선 229㎡ 펜트하우스 4가구가 모두 임대다. 분양주택과 같은 크기의 다른 집도 중·고층에 많이 배치돼 층과 향이 좋다.
2017년 7월 임차인 모집 당시 전세보증금이 84㎡ 5억원, 114㎡ 6억4000만원, 129㎡ 7억2000만원이었다.
인근 판교신도시 시세보다 낮았지만 만만찮은 금액이었다. 당시 분당 전체 평균 전세보증금이 4억4000만원이었다(한국감정원).
임대 기간도 민간임대주택으로 가장 짧은 4년이었다. 4년짜리 민간임대주택은 지난해 8월 없어지고 임대의무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늘었다.
청년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이라는 정 회장 말과 맞지 않는 임대주택이다. ‘무늬만 임대’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펜트하우스 등 23가구 분양하지 않아
판교더샵퍼스트파크 임대에는 분양수입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다. 시행사는 2017년 7월 임대주택 123가구를 한꺼번에 분양하지 않았다. 100가구만 임차인 모집을 하고 펜트하우스 4가구를 포함해 23가구를 남겨뒀다.
시행사는 이미 분양한 100가구의 분양전환(소유권 이전) 가격을 분양주택 분양가와 동일하게 책정했지만 나머지 23가구에 대해선 임대 기간이 끝난 뒤 분양전환 때 감정평가한 금액을 받겠다고 했다.
분양주택 분양가가 3.3㎡당 2350만원이었다. 현재 시세가 3.3㎡당 4500만~5000만원이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가 아직 없지만 분양권 거래가격이 분양가의 2배 정도인 84㎡ 16억원, 114㎡ 1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23가구 분양전환가격을 3.3㎡당 5000만원으로 잡아도 분양전환가격 상승으로 분양수입이 300억원 더 늘어난다.
시행사는 이 아파트 분양으로 이미 대장동 개발사업 못지않은 상당한 개발이익을 챙겼다. 2015년 2187억원에 부지를 매입해 2017년 분양주택 1100가구를 1조500억원에 분양했다. 분양가 중 건축비를 제외한 땅값이 5800억원이다. 2년 전 부지 매입가격의 2배가 넘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분양이익이 3143억원이다.
여기다 앞으로 4년 뒤 임대 100가구의 분양전환 수입이 들어온다. 890억원이다. 540억원을 이미 보증금으로 받아둔 상태여서 늘어날 수입은 350억원이다. 남은 임대 23가구를 3.3㎡당 5000만원에 분양전환하면 560억원의 분양수입이 또 생긴다. 합치면 900억원이 넘는 분양수입이 더 늘어나게 된다.
임대주택 모두 종부세 합산 대상
하지만 개발이익을 더욱 늘려줄 임대주택이 종부세 ‘폭탄’도 가지고 온다. 이 아파트 임대주택은 종부세 대상이다. 종부세 합산과세에서 제외되는 임대주택 요건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49㎡ 이하 ▶임대 기간 5년 이상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아파트 임대주택 중 가장 작은 84㎡도 공시가격이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임대주택 123가구의 종부세가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이 아파트가 지난 6월 준공해 내년부터 종부세를 내야 한다.
시행사는 당초 2017년 분양할 때 종부세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급증할 것으론 생각하지도 못했다.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가 없었고 세율이 훨씬 낮았다. 과세표준 94억원 초과에 해당하는 최고 세율이 2018년까지 2%였다가 올해부터 6%로 3배로 올라갔다. 그 사이 2017년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공시가격도 뛰었다. 2017년 1월 1일 기준 5억원선이던 인근 판교동 84㎡ 공시가격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9억원 정도로 80%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가 2017년 예상한 종부세는 10억원 정도였을 텐데 공시가격이 오르고 세율이 뛰며 세금이 10배로 급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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