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통계, 참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은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는 오랜 세월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1800년대 영국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통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거짓말쟁이 통계를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스웨덴의 수학자이자 저술가인 안드레예스 둥켈스가 내놨다.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숫자로 말하는 통계 입장에선 거짓말쟁이로 몰린 게 억울할 수도 있겠다. 거짓말쟁이로 만든 건 사람이니 말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사람도 통계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똑같은 통계를 두고도 상황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다 보니 어느 순간 참이 되거나 거짓이 됐을 뿐이다. ‘컵에 물이 절반 남았다’를 두고 누군가 ‘절반이나’라고 해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절반밖에’라고 해석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도 통계의 해석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부는 코로나19 현황을 발표할 때마다 집단감염 중 한 곳으로 교회를 지목했다. 일부 기독교 선교단체와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어느 순간 한국교회 전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장됐다.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다.
지난 2월 방역 당국이 기독교를 포함한 천주교와 불교 등 모든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지난 1년간 11%라고 발표한 뒤에도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면 예배에서의 감염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정부의 부연 설명도 소용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11%’를 두고 상반된 해석을 하는 걸 목격했다. 한국교회가 ‘11%밖에’라 해석할 때 세상은 ‘11%나’라고 말했다.
통계 해석의 오류를 범하기는 교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주일(10월 3일)에 7411명이 종교시설 1만6403개소를 점검했다며 그 결과를 내놨다. 현장 예배를 드린 곳은 1만3355개소(82%)였고 비대면 예배를 드린 곳은 351개소(2%), 미실시된 곳은 2693개소(16%)였다. 별도의 설명 없이 수치만 발표했는데 한 기독교 단체는 예배라는 단어를 교회의 단어로 연결해 자료를 내놨다. 이후 16%는 코로나19로 문 닫은 교회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이 숫자를 근거로 한국교회의 위기를 이야기했다.
조사를 담당한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예배라는 단어는 특정 종교를 겨냥한 게 아니라 사전적 의미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어학 사전을 찾아봐도 예배(禮拜)는 “초월적 존재 앞에 경배하는 의식. 또는 그런 의식을 행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단어 선택이었다는 지적에 다음부터는 다른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통계를 두고 참이냐 거짓이냐를 논하는 건 어쩌면 의미 없는 일이 됐다. 16%가 교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며 안도할 필요도 없고, 종교시설이 16%라면 교회는 더 많을 수 있다며 절망할 필요도 없다.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코로나19로 세상에 없던 위기를 극복하려면 통계의 역할을 곱씹으며 이를 활용해야 한다.
도쿄대 교수인 구라타 히로시는 ‘30분 통계학’에서 예측을 통계학 역할로 꼽았다. 확정되지 않은 수치를 한발 앞서 예측해야 할 때 통계를 근거로 정확한 값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배가 중단된 교회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회자들의 목소리는 희망적으로 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라는 전쟁 같은 상황을 보낸 한국교회에 전쟁터를 누비며 생명을 구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명언을 건네본다.
“오직 통계연구만이 국가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 우리는 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통계학을 공부해야 한다. 통계학의 힘으로 신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윤경 종교부 차장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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