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완벽한 차별" 핼러윈 난리난 이태원 본 외국인 분노
“와, 사람 진짜 많다.”
“이런 분위기 오랜만이네.”
29일 저녁, 핼러윈데이를 맞아 인파가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이런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핼러윈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하는 이 날, 세계음식문화거리 입구에는 ‘방역 게이트’가 세워졌다. 용산구 소속 방역 도우미들은 방문객들에게 직접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에겐 마스크를 나눠줬다.
오후 6시쯤 몇몇 주점에는 대기 줄이 생겼다. 줄이 50m가량 늘어선 곳도 있었다. 가게 입구에 ‘직원 모두 선제검사를 완료하였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둔 곳도 눈에 띄었다. 오후 7시쯤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늘었다. 직장인 안모씨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너무 오랜만에 봐서 어색할 정도”라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감염될까 무서워서 좀 일찍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대 반, 긴장 반…“2년 만에 처음”
7년째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이태원이 이렇게 활력을 띄는 모습은 2년 만에 처음 본다”며 “2년 동안 매출이 없었는데, 핼러윈을 계기로 상권이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장모(59)씨는 약 2년여 만에 길가에 가판대를 펴고 핼러윈 액세서리를 늘어놨다. 그는 “올해는 낫겠지 싶어서 나왔다. 지난해보다 사람이 많긴 한 것 같다”며 “그래도 영업시간이 10시까지라, 크게 기대는 안 한다”고 말했다.
코스튬 입은 시민들 “핼러윈만 기다렸다”
최근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떠오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분장을 한 시민들도 많았다. 길거리 한복판에서는 극 중에 소개된 ‘딱지치기’ 게임이 벌어져, 구경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빨간 진행요원 옷을 입은 정봉원(26)씨는 “오늘만을 기다렸다. 이 복장은 한 달 전에 해외에서 직구로 구매한 것”이라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억압된 심정을 풀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이태원에는 평년에 비해 외국인이 많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외국인은 ‘강제 출국’한다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미 출신 남성은 “둘러봐라.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런데 왜 외국인만 겨냥하냐”며 “나는 한국에서 일하고, 세금도 내고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이다.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냐. 완벽한 차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외국인도 “나의 나라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규제들은 늘 외국인의 인권만을 겨냥한다”고 꼬집었다.
“이태원, 과거 영광 되찾겠다”
맹기훈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 회장은 “지난해엔 시간제한이 없었는데, 올해는 오후 10시까지 시간이 있어 어느 정도 코로나 억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주점 앞에 줄을 섰더라도, 내부 거리두기로 인해 좌석이 절반가량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방역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이태원 자체가 노력하고 있다. 건너편엔 이 시간까지도 선별검사소를 운영 중이다”라며 “앞으로 이태원은 기존 이태원이 아닌 상인들을 위하고 더 나아가서는 용산 구민, 전 세계 이태원 방문객들에게 이태원의 영광을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해 핼러윈데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홍대 주변, 이태원 및 강남역 주변 등 유흥시설 밀집지역에 강도 높은 합동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합동단속 기간은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로, 서울시 식품정책과ㆍ민생사법경찰단, 서울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등 총 12개 기관 200여명이 참여해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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