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기 당했다" 트럼프 편지 그대로 실은 WSJ 후폭풍
"대선 유권자 명부 조작, 저커버그 뒷돈"
주요 매체들 "그대로 실어도 되나" 비판
WSJ "우리 독자들이 판단할 것" 해명
“2020년 대선에서 선거 부정이 발생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그대로 실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은 “팩트 체크 없는 일방의 보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WSJ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WSJ는 이에 입장문을 내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WSJ의 27일 온라인판 기명 칼럼 섹션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WSJ의 사설을 읽고 맷 머레이 편집주간에게 편지를 보냈고, WSJ는 이를 별도 편집 없이 내보냈다. 이 내용은 ‘펜실베이니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응답’이라는 제목으로 28일자 지면에도 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 이번 선거는 조작됐고, 당신들은 아직도 그것을 알아내지 못 했다”며 “펜실베이니아주의 투표 사기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주는 몇 가지 예시가 있다”며 사례를 나열했다.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명부에 없는 이들의 우편투표가 포함됐다”거나 “12만 명의 초과 유권자를 주정부가 집계하지 않고 있다” 등 기존에 되풀이했던 주장이었다.
트럼프의 편지는 이보다 앞서 WSJ가 25일 내달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 법관 선거에 관해 다룬 사설을 반박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그가 문제 삼은 부분은 WSJ가 “지난해 대선에서 선거일 이후 도착한 투표 용지 1만 97장은 (소송으로 인해)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이 8만 555표 차로 이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수천 표 차이였으면 자칫 차기 대통령을 미 연방 대법원이 결정할 뻔 했다”고 한 대목이었다.
트럼프, WSJ에 “대선 사기” 편지
그는 “미 연방 대법원이 이미 우편투표 의혹을 검토했고 투표 결과가 유지돼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7만 8000명의 유령 유권자가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근거가 없고 검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투표 부정의 근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단체는 선거 검증을 해본 적도 없는 단체이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펜실베이니아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썼다”는 주장 역시 얼토당토 않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범프 특파원은 “WSJ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입증하지 않았다”며 “WSJ는 별도의 맥락이나 설명 없이 이를 출판해서는 안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WP·CNN “WSJ, 검증 없이 내보내”
실리자 선임기자는 “WSJ의 에디터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트럼프의 주장을 내보냈다”며 “기명 칼럼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의 자유 뒤에 숨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고 비행기 안에서 ‘폭탄이 있다’고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같은 논리로 2020년 대선에 대한 거짓말이 전국 주요 신문에 실리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도 “WSJ가 트럼프의 주장을 실으면서 왜 이 같은 결정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WSJ “2024년 대선 출마할 수도…독자가 판단”
논란이 가열되자 WSJ 편집위원회는 28일 오후 ‘트럼프의 사기(주장) 편지에 대한 사실’이라는 별도의 입장문을 송고했다. 지면에도 같은 내용을 실었다. WSJ는 “비록 그것이 잘못된 주장(bananas)일지라도 우리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의 주장을 다룰 필요성이 있었다”며 “독자들이 그의 주장을 스스로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비판하거나 심지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등한 대우를 제공한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트위터·페이스북 등 모든 SNS 계정이 차단 돼 자신의 주장을 펼칠 무대가 사라진 상황이다. CNN은 “WSJ의 어떤 해명에도 이번 보도는 ‘2020년 선거를 도둑질 당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계속 심어주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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