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 결정 11월로..문화재청, '심의 보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사이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문화재청은 장릉의 경관을 가린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이들 아파트 단지와 관련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김포 장릉’ 인근에 허가 없이 짓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문화재청이 판단을 미뤘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대방건설, 대광이엔씨, 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날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낸 개선안으로는 장릉의 역사와 문화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심도 있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장릉의 경관을 가린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며 이들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문화재청은 2017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건축물 높이가 20m를 초과하면 문화재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김포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아파트 3개 단지는 경기도 김포시 장릉 인근에 있다.

문화재청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당시 문제의 아파트를 짓고 있는 대방건설 등 건설사 3곳에 대해 개선안도 요구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10월 8일 문화재청에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개선안을 냈다. 하지만 개선안에는 “철거는 할 수 없고 아파트 외벽 색깔을 바꾸고 문인석 패턴 등을 넣겠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가장 문제가 된 층수 등 건축 규모나 이격 거리는 바꾸지 않았고, 마감 재질과 마감 색채, 옥외 구조물 등 디자인은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개선안 판단을 미루기로 했지만, 이미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개선책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추후 열리게 될 문화재위원회 소위원회는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진행한 뒤 열릴 전망이다. 시뮬레이션 작업은 능선을 따라 아파트 높이를 조절하거나 높이 제한을 두거나 기존에 있던 주변의 높은 건물에 맞추는 방안 등을 검토해 11월 초쯤 마무리 지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년)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년)의 무덤이다. 김포 장릉은 사적 제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일괄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정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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