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노경은-오현택, 3번째 팀 찾을 수 있을까
[양형석 기자]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가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투수 오현택과 김건국, 권동현, 김정주 등 4명의 선수에게 방출의사를 전달하고 이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후 FA계약기간이 끝나는 베테랑 우완 투수 노경은과도 상호합의하에 자유계약 선수로 신분을 전환해 주기로 했다. 28일 하루에만 5명의 선수를 정리한 셈이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2차9라운드81순위와 10라운드9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정주와 권동현은 올 시즌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투수들이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롯데를 거치며 프로에서 16년 동안 활약한 김건국도 통산 승수가 7승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때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노경은과 2018시즌 홀드왕 출신 오현택은 다음 시즌에도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2022 시즌 최고령 선발 투수 도전
2003년 두산에 입단해 '만년 유망주'로 긴 시간을 보내던 노경은은 프로에서의 10번째 시즌이었던 2012년 12승7패7홀드 평균자책점2.53을 기록하며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노경은은 2013년에도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180.1이닝을 소화하며 2년 연속 10승을 올렸고 두산을 5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야말로 두산의 오랜 기다림이 열매를 맺은 '늦깎이 에이스'의 대폭발이었다.
2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듯 했던 노경은은 2014년 무려 15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다패 투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정규리그 1승에 그쳤던 2015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2이닝2피안타 무실점의 '인생투'를 선보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016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두산 마운드에 노경은의 자리는 없었다.
2016년 허준혁, 안규영 등과의 5선발 경쟁에서 밀린 노경은은 은퇴 소동을 벌인 끝에 롯데로 트레이드됐지만 2016년3승12패, 2017년에는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하며 반전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모두가 '퇴물투수'라고 평가하던 2018년 9승6패4.08의 성적으로 롯데 토종 선발 중 가장 많은 승수를 따냈다. 비록 시즌 후 'FA미아'가 되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작년 시즌을 앞두고 2년 총액 11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노경은은 롯데가 7위를 기록한 작년 시즌 댄 스트레일리(194.2이닝)와 박세웅(147.1이닝)에 이어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닝(133이닝)을 소화하며 베테랑 투수로서 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승현, 서준원 등과 4~5선발 경쟁이 예상됐던 올 시즌 노경은은 14경기에서 56.1이닝을 던지며 3승5패7.35의 실망스런 성적에 그쳤다. 결국 노경은은 롯데 구단과 합의해 자유계약선수로 롯데를 떠나게 됐다.
노경은은 FA계약을 맺은 후 2년 밖에 지나지 않아 다른 FA선수들과 달리 보상선수나 보상금에 대한 부담 없이 타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1984년생 노경은은 이제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9세가 된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최고령 투수 오승환(삼성)이 개인통산 6번째 세이브왕을 차지했지만 선발 투수 중에는 30대 중반 이상의 투수가 거의 없다. 과연 노경은은 내년 시즌에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두산과 롯데의 필승 잠수함 출신, 세 번째 팀은?
노경은은 성남고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불리다가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고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반면에 장충고와 원광대를 졸업한 오현택은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2008년 두산의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다소 힘들게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간신히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내고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오현택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의 핵심투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5승3패5세이브7홀드2.70으로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한 오현택은 2014년에도 4승3패4홀드3.65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오현택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5년 13홀드를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이 5.30으로 치솟았고 2016년 20경기에서 20.2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필승조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오현택은 2016년에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2017 시즌까지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2017 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오현택은 잠수함 투수가 부족했던 롯데에서 곧바로 필승조로 활약하며 3승2패25홀드3.76의 성적으로 홀드왕을 차지했다. 그 해 9월에는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무면허 음주운전자를 체포하는데 도움을 준 공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교통안전 의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이적 후 찾아온 오현택의 전성기는 2018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19년 15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지는 데 그친 오현택은 작년 48경기에 등판해 3승1패7홀드3.75로 부활조짐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한 오현택은 승리 없이 1패1홀드6.61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결국 시즌이 종료되기 전에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물론 오현택 역시 노경은처럼 아직 은퇴할 마음 없이 강한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실 통산 1군에서 390경기에 등판한 경험 많은 베테랑 잠수함 불펜 투수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SSG랜더스가 지난 6월 키움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사이드암 신재영을 영입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홀드왕 출신의 오현택 역시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확률이 적지 않다. 두산과 롯데에서 한 차례씩 전성기를 보냈던 오현택이 세 번째 팀을 찾아 한 번 더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 주장에 담긴 불순한 의도
-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 갖기 시작했는데... 교육부, 찬물 끼얹나
- 살얼음판 중국-일본... 일본인 전쟁연구가의 따끔한 진단
- 도시개발법이 낳은 자식, 대장동과 엘시티
- 바보들을 일시적으로 현명하게 해주는 커피
- 은빛 억새와 파란 하늘의 찐조합, 무등산입니다
- 성범죄 무고 처벌 강화? 윤석열의 참 '후진' 약속
- "좀 더 인간답게 살려면? 전태일 백신 맞아야 한다"
- [단독] 조국 딸 '학생부 공표' 주광덕 불기소한 검찰, 이유 황당
- 이탄희의 분노 "헌재, 법기술자적 판단... 공직자 먹튀 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