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나온 100타점-100볼넷, 강백호가 깬 편견
"커리어하이에 의미를 부여하죠."
강백호(22·KT)에게 100볼넷에 다가선 점을 언급하자, 전한 답변이다. 종전 커리어하이는 2020시즌 기록한 66개. 올 시즌은 30개 이상 더 얻어냈다. 고의사구는 9개다.
강백호는 8월 중순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타격감이 조금 떨어졌을 때는 볼넷으로 출루하며 팀에 기여, 타율과 멘털을 모두 관리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지만, 자신이 설정한 존에서 벗어나는 공에는 좀처럼 배트를 내지 않는다. 지난 6월에는 한 달 기준으로 개인 최다 볼넷(23개)을 얻어내기도 했다.
28일 열린 NC와의 더블헤더(DH) 1차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1회 첫 타석과 9회 다섯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100볼넷을 채웠다. 역대 20번째, 올 시즌 4번째로 단일 시즌 100볼넷을 달성했다. KT 소속 선수로는 창단 처음이다. 지난 10일 대전 KIA전에서 이 기록을 해낸 정은원에 이어 역대 최연소(만 22세 2개월 29일) 기록 2위에 올랐다.
100타점과 100볼넷을 단일 시즌 동시에 달성한 역대 11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 기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타자의 유형을 전형화할 순 없지만, 볼넷 출루는 주로 테이블세터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었다. 중심 타선에 포진되는 타자는 볼넷 출루보다는 타점 생산을 기대받았다. 몇 년 전 한 구단 사령탑은 볼넷 출루가 너무 많은 팀 4번 타자의 성향에 볼멘소리하기도 했다. 그만큼 상충하는 기록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타점과 출루 능력(선구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 기록(100타점-100볼넷)은 희소가치가 있다. 실제로 이 기록은 2016시즌 한화 김태균(136타점-108볼넷) 이후 5시즌만이다. 면면도 화려하다. 장종훈·이승엽·펠릭스 호세·심정수·브롬바·테임즈·김현수·김태균·최준석. 커리어에 두 차례 해낸 선수는 이승엽과 김현수뿐이다. 이승엽은 국민타자, 김현수는 현역 최고 타격 기계다.
강백호의 폴로 스루는 사실 요란하다. 제동하지 못해서 몇 바퀴를 도는 장면도 종종 있다. 그래서 오해를 받는다. 홈런처럼 장타만 노린다고. 100타점-100볼넷은 강백호를 향한 편견을 깨는 기록이기도 하다.
4할 타율을 질주하며 타격 다관왕을 노리던 강백호는 폐막을 이틀 앞둔 현재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관의 제왕'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타율·최다 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5걸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시즌보다 성장했다는 것이다. 강백호도 "9월에 그렇게 못했는데, 막판에 타격왕 경쟁을 했다. 전반기에는 조금 잘한 것 같다. 100타점을 해냈고, 팀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나는 만족하는 시즌이다"라고 웃어 보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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