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탄소중립..에너지대란 부른다

황인성 2021. 10.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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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으로 화석연료 퇴출..전력 수요량 증가 예상
재생에너지 대체한다지만 조정할 수 없어
정동욱 교수 "탄소중립·탈원전 양립 불가"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정부가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를 확정한 가운데 현재 탈원전 기조대로라면 전기세 인상 등 에너지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탄소중립에 따라 화석연료가 전기로 대체되면서 향후 전력 수요는 최대 2.5배가량 늘어날 전망인데 상대적으로 값싼 원자력 및 화력 발전 등은 축소 또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정책이란 에너지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단 현 정부의 정책은 너무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한 국가의 정책 계획은 미래에 관련 기술이 개발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정책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 검토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 연료 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전을 완전 포기해서는 결코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칠 수 없다”면서 “과거 탈원전을 추진했었던 영국도 전력 수급을 위해 다시 원전을 돌리고 있고, 최근에는 그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력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자력 발전을 퇴출시키고,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 기반 발전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생산된 전력의 80~90%를 부담하는 원자력(약 25%)·화력 발전(약 65%)을 재생에너지로 대체 공급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을 대폭 늘린다고 하더라도 조정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전력이 과잉 공급되거나 부족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국전력이 올해 6월 발표한 국가지표체계 1인당 전력소비량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인당 전력소비량은 1990년 2202kWh에서 2000년 5,067kWh, 2010년 8,883kWh, 2019년 10,039kWh로 증가했다. 향후 전기가 쓰이는 곳이 더욱 늘어나면 전력소비 수요량도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필요한 전력 수요량은 늘어나는데 비싼 비용을 들여 재생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가정용 전기료 지속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 에너데이터(Enerdata)

또한, 산업계도 정부의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탄소중립안을 확정짓자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경영계는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우리나라의 현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축목표 상향을 포함한 탄소중립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수차례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며 “결국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최종 확정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격히 상향된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여부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 감축과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도전 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탄소감축 관련 혁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관련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사업장 전력을 돌리는 RE100 가입 등 다방면에서 적극 노력 중이다”며 “너무 빠른 탄소중립 전환은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를 심의·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탄소중립안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국제사회에 발표한다.

또한, 산업부는 무리한 탄소중립안에 대한 산업계·학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산·학·연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산업전환 전략 포럼’을 28일 출범했다. 포럼은 올해 연말까지 8회 이상 개최되며, 탄소중립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 논의된 정책과제를 적극 검토해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전략’을 연내 수립한다.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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