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총 들이민채 뺨 후려쳤다, 충격의 미얀마 고문 폭로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전국의 수감자들을 고문해왔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수감됐다가 석방된 28명의 미얀마인, 3명의 군 관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AP는 탓마도(Tatmadaw)라 불리는 미얀마군이 지난 2월 이후 1200명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16세 소녀에서 승려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무차별적으로 수감됐다. 한 미얀마 청년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군인들에게 끌려갔다고 전했다. 군인들은 그를 시청으로 끌고 가 펜치로 피부를 비틀고 호흡 곤란이 올 때까지 가슴을 발로 찼다고 한다. 고문과 조롱은 수 시간째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고문 도중) 쉬는 시간이 없었다"며 "엄마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수감자들은 미얀마 군부가 감옥과 경찰서 외에도 공공시설을 심문 센터로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감자는 마을 회관 안에서 고문을 당했는데, 군인들이 자신의 입에 총을 밀어 넣고 슬리퍼로 뺨을 때렸다고 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탓마도'가 2010년 민주화 이전부터 오랜 고문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쿠데타 이후 동원된 고문은 규모와 강도 면에서 사상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AAPP는 미얀마군이 지난 2월 이후 1218명을 살해했는데 그 중 최소 131명의 구금자가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문은 끌려가는 도중에도 자행돼 일부는 심문 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했다고 AAPP는 전했다.
AP는 지난 4월 탈영한 전직 육군 장교를 인용해 군이 고문 증거를 감추기 위해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보고서를 조작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 장교는 "부당하게 체포된 후 고문, 폭력,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쟁 포로라도 법으로 대우하고 보살펴야 하는데, 쿠데타로 모든 것(법과 원칙)이 사라졌다"며 "세상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는 인터뷰에 응한 수감자들의 증언과 관련,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답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AP는 전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미얀마 군부 수장은 배제됐다. 지난 4월 아세안 회의에서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참석했었다.
아세안 사무국에 따르면 이날 아세안 정상들은 총 102개 항의 의장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는 101항에서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합의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완전히 접촉할 수 있도록 군부는 보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담은 그간 상대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향해 미온적이었던 태도에서 한층 강경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4월 정상회의 당시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쿠데타를 비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4개국과 필리핀까지 "아세안 특사 활동 보장에 동의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102항에서 "각국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존중한다"는 부분을 삽입해 군부를 향한 여지를 남겨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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