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는거 보고 샀어야 했는데"..수익 40% 돌파한 펀드

황의영 입력 2021. 10. 28. 23:18 수정 2021. 10. 2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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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윤모(37)씨는 지난 7월 러시아 펀드에 300만원을 투자했다. 고점에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국제 유가가 꿈틀거리던 때라 '용돈은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펀드 수익률은 18%. 윤씨는 "여윳돈으로 투자했는데 성과가 좋아 비중을 늘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치솟는 러시아 증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러시아 증시 올해 33% 상승


국제 유가 상승 덕에 러시아 증시가 급등하면서 러시아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러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10개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평균 9.12%였다. 전체 국가별 펀드 중 1위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인 2.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간을 '연초 이후'로 넓히면 러시아 펀드 수익률은 40.1%로 인도(46.1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개별 펀드로는 'KINDEX 러시아MSCI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49.73%로 가장 높았다. 한 달 수익률로 보면 '신한 러시아 펀드'가 11.21%로 1위였다.

러시아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건 치솟는 유가다. 러시아는 에너지 기업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어 증시가 유가 흐름에 연동된다. 실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로스네프트, 루크오일 등이 시총 상위에 포진했다. 유가가 뛰면 증시도 활황을 띠는 구조인 셈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7일(현지시간) 82.66달러로, 올해 들어 73%가량 뛰었다. 지난 26일엔 84.65달러까지 올라 2014년 10월 13일(85.74달러)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한 여파다.

그 덕에 러시아 주가도 치솟았다. 올 초 1400대에 머물던 러시아 RTS 지수는 최근 1900선을 뚫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상승률만 33%에 달한다. 러시아 통화 가치가 오름세인 것도 증시를 지지하는 요소다. 환차익을 챙기려는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27일 70.64루블로, 연중 최저치(환율은 최고)인 지난 4월 9일(77.4루블)보다 8.7% 올랐다.
수익률 높은 주요 러시아 펀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유가 100달러 갈 수도"…펀드 투자는 신중하게


전문가들은 당분간 러시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석유 증산에 소극적이라 공급은 제한적인 데 반해, 각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으로 에너지 수요는 증가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겨울이 오면 난방용 천연가스나 유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OPEC 플러스가 산유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끌 요인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연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보다 에너지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상향 강도가 더 크다 보니 RTS 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6.5배에 불과하다"며 "과거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치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관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러시아 펀드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 우세하다. 다만 러시아 주가에 유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유가가 출렁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이창민 연구원은 "러시아 펀드는 에너지 이슈가 있을 때 들어가는 게 좋다"며 "장기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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