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한국 '기후악당' 지목된다"는데..文, 영국서 무슨 말 할까
이달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막한다. 한국도 27일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국제사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COP26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 맡을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30% 감축?…"기후 악당 낙인 우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과학계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국외 감축분과 통계 꼼수를 빼면 사실상 30%만 감축하겠다는 수준"이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NDC가 유난히 낮은 한국이 COP26 이후 '기후 악당'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도 "온실가스 배출국 9위인 우리나라는 NDC로 더 많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목표로는 국제사회에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탄소중립과 거리가 먼 화석연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한국수출입은행 등 5개 공공 금융기관이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제공한 공적 금융 액수는 약 33조원이다. G20 국가 중 가장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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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감축분 담은 '파리협정 제6조' 쟁점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력을 규정한 파리협정 제6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발 협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이 조항을 이용해 국외 탄소 감축 사업 비중을 높이는 대신 자국에서 탄소 중립을 소홀히 할 것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파리협정 제6조에 대해 "건강한 국제개발 협력을 통해 탄소를 줄이는 조항이지, 개발에서 나오는 잿밥을 나눠 먹는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일방적으로 탄소 감축 성과를 챙기는 협력이 아니라,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돕는 개발 협력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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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도 '탈 석탄' 이슈도 한국 역할 주목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COP26에서 탈(脫) 석탄 의지를 얼마나 보일 지도 주목하고 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에 따르면 COP26 의장국인 영국이 주도하는 탈석탄동맹이 각국 정상들과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 알록 샤마 COP26 의장도 "이번 회의는 석탄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계기"라고 공언했다. 탈석탄동맹은 2017년 영국·캐나다 주도로 시작된 연합체로 2030년까지 석탄발전 중단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선 인천, 강원, 충남, 전남 등이 지자체 단위로 가입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거나 그에 준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적 위상(소프트 파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 측 주장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도 "아시아 국가에서 탈 석탄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국 경제를 뒤따라오는 동남아 국가들에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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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토로 산업계, 환경단체도 "비용 논의" 공감
COP26 등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또다른 이슈는 바로 기업이다. 각국 정부에 탄소중립 목표치를 낮추거나 관련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7일 "기업이 탄소 중립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 생산설비·고용 감소, 해외 이전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도전 과제이자 부담"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산업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과학에 기반한 비용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높은 기후 대응 목표치를 말하는 건 산업계를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비용 논의가 빠져 있는 만큼 기업들의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다만 기후변화는 결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COP26을 통해 객관적인 탄소 중립 비용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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