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공기업 5개사, 정부에 "석탄 폐지 보상해달라" 요구

김남준 2021. 10.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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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발전 공기업이 석탄 발전을 폐지하는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가동할 수 있는 석탄 발전을 정부 정책으로 중단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적 보상 없이 재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전 5사 “적정 보상 마련해야”


한국남부발전의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서. 윤영석 의원
27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전 5사(남동·중부·동서·서부·남부 발전)의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의견서는 최근 정부가 확정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아닌 지난 8월 초안에 대해 각 발전사가 제출한 것이다. 발전 5사는 가동이 더 가능한 석탄 발전을 폐지하면서 드는 비용이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또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대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데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의견서에서 “탄소 중립 시나리오상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시 현 기술 수준에서 수십조원 이상의 투자 재원이 요구됨에 따라 폐지 화석 기반 전원의 잔존 가치에 대한 정확한 보상을 요구된다”고 했다. 한국남부발전도 “석탄 및 LNG(천연액화가스) 발전이 잔존 수명보다 조기에 퇴장하면, 불가피한 매몰 비용 발생으로 발전사 재무적 부담이 가중돼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 등 에너지 전환 추진 동력이 약화한다”며 “퇴출 대상 발전기의 실질적 잔존수명을 반영한 적정 보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중부발전도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 대규모 예산 수반되나 발전공기업 높아지는 부채비율로 자금조달 어렵다”고 의견을 냈고, 다른 발전사도 비슷한 취지로 보상을 요구했다.


석탄 대체 전력원에는 “과다 설정”


한국서부발전의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서. 윤영석 의원
정부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 발전 대신 키우겠다고 밝힌 무탄소 신전원(수소·암모니아) 발전에 대해서도 발전 5사는 다소 부정적 입장을 냈다. 무탄소 신전원은 석탄이나 LNG 대신 수소나 암모니아 등을 활용해 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기술이 상용화되진 않았다.

한국서부발전은 의견서에서 “무탄소 신전원은 현재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 (탄소 중립 시나리오상) 2050년 전원 비율 14.1~21.4%는 과다한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동서발전도 새로운 발전원에 대해 “해당 기술은 경제성 확보 시점까지 원가를 보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전 없이 석탄 폐지 “1500조 발생”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 연합뉴스
석탄 발전을 폐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앞으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앞서 석탄 발전 폐지를 추진하는 독일은 조기에 발전소 문을 닫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보상 경매제’를 통해 자발적인 폐지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책이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부분 공기업이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어, 석탄 발전 감축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외면하기 어렵다. 이런 비용은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급격한 석탄 발전 감축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재의 탈(脫)원전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석탄 발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만 채우면 설비 투자 등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27일 전국경제연합회가 주최한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120% 인상되고, 계통연결 및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 비용도 1500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며 “원전을 배제한 탄소 중립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정책의 전면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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