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복부초음파에서 우연히 발견된 간내결절, 간혈관종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 2021. 10.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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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사진=이샘병원 제공

매해 10~12월은 건강검진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자연스럽게 복부초음파 결과를 상담하기 위해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수도 늘어난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힌 '간혈관종 의심' '고에코성 결절' '저에코성 결절' 등의 결과와 함께 짧은 몇 줄의 설명으로는 수검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검진센터 입장에서는 개인의 병력을 반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상학적 소견 만으로 향후 계획을 설명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수검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복부초음파 결과와 실제 가장 흔한 소견인 간혈관종에 대해서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흔히 사용되는 용어부터 정리하고 시작하는 것이 이해를 도울 것 같다. 결절은 종괴 혹은 덩어리를 뜻하고, 고에코성 결절, 저에코성 결절이란 결절이 주변 간실질의 초음파 상 밝기에 비해 밝은지, 어두운지를 표현하는 말로 진단명이 아니다. 즉 간에 생긴 고형 종양은 초음파 검사에서 고에코성 결절 혹은 저에코성 결절로 관찰될 수 있고, 여기에는 다양한 진단을 포함하고 있다. 간혈관종, 국소성 결절형 과형성, 간선종, 국소지방침착, 재생결절, 이형성결절과 같은 양성종양과 간암, 담관암, 전이성암과 같은 악성종양이 있다.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의 개념이 잘 안 선다면, 쉽게 말해 악성종양은 암이다. 빠르게 자라고, 신체 다른 장기로 전이를 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양성 종양은 악성종양이 아닌 모든 종양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간혈관종은 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에 속한다. 간 내 혈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 혹은 확장하여 종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간혈관종의 경우 악성 변화를 하지 않으므로 진단이 명확하다면, 암에 대한 걱정은 잊어도 된다. 간혈관종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나면, 젊은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제 나이에도 진단되는 사람이 있나요?" "흔한가요?"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수검자 중 남자는 2.96%, 여자는 3.21%에 혈관종이 발견되었다는 통계가 있으니 유병률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30~50대에 흔하고, 1대3~1대6 정도로 남자보다 여자에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검진의 대중화, 영상 장비의 발달로 이전에 비해 더 작고, 무증상인 간혈관종의 발견이 많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외래에서 환자를 면담하다 보면, 의사와 환자의 질병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의사는 질병의 원인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목적이 맞춰져 있다면, 환자는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간혈관종의 발생 원인은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비교적 여성에서 빈도가 높고, 임신 혹은 여성 호르몬 투여 중 크기가 증가할 수 있어 여성 호르몬이 간혈관종의 발생 혹은 성장과 관련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임을 권하거나, 무증상인 산모에서 추적검사도 권하지 않으며, 여성 호르몬제의 중단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환자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음식과도 연관성이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

간혈관종은 건강검진 혹은 간수치 상승의 평가를 위해 시행한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크기에 관계 없이 대부분 무증상이며, 우상복부 팽만감 혹은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직접적인 연관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먼저 담석, 위십이지장 궤양 등과 같은 다른 질환 가능성에 대해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출혈과 파열과 같은 위험한 합병증의 발생도 극도로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 안에 종양이 있다면 반드시 제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무증상의 간혈관종은 크기에 관계 없이 치료도 필요 없다. 출혈이나 염증 등을 동반하거나, 임상적으로 악성종양과 구별할 수 없을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지만 상당히 드문 경우이다. 수술의 결정에 종양의 크기나 성장속도 보다는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피부에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흔한 점 중에도 악성 종양인 흑색종, 기저세포암이 있어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간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간혈관종은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전형적인 소견이라면 추가 검사 없이, 비전형적인 소견이라면 조영제를 사용한 CT 혹은 MRI 등의 추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악성종양인 간세포암의 경우에도 초음파 검사에서 간혈관종의 전형적인 소견으로 관찰될 수 있어 진단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특히, 고에코성 결절을 병력 확인 없이 간혈관종으로 판단하는 것은 악성종양의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간혈관종은 양성종양이라고 했는데, "추적검사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의료진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추적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잘 정리된 논문들에서 전형적인 간혈관종은 추적검사를 권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대부분의 전문의가 추적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추적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첫째 초음파 검사 자체의 기술적, 기계적 한계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전형적인 간혈관종 소견에 대해 관찰자 간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간암의 위험인자인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화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추적검사 도중 종양의 크기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크기가 커진다고 악성종양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며, 의료진의 결정에 따라 추가검사 혹은 추적검사를 시행하면 된다.

정리해보면, 복부초음파에서 간내결절이 처음 발견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악성종양 가능성을 배제하고, 양성종양, 특히 간혈관종 가능성이 높다면 단기간 추적검사를 권하고 싶다.

(* 이 칼럼은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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