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독점 기업이 되어야 한다..

김소연 2021. 10.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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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독점 기업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 이어 한국 스타트업 휩쓰는 가치..고민 필요

피터 틸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경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독점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실리콘밸리 최고 거물 중 한 명이죠. 틸은 1998년 이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콘피니티’를 설립합니다. 그런데 직후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가 생겨납니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X.com’입니다. 틸은 두 회사를 아예 합병하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페이팔’이 만들어집니다.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에 팔립니다. 함께 고생했던 이들은 매각대금을 종잣돈으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죠. ‘유튜브’ ‘링크드인’ ‘슬라이드’ ‘엘프’ ‘테슬라’ ‘스페이스X’ ‘팰런티어테크놀로지’ 등이 탄생했고, 여기서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가 생겨납니다. 이 중 틸의 회사는 ‘팰런티어’입니다.

틸은 빅데이터 분석 업체 팰런티어를 운영하는 와중에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에게 초기 투자자금 50만달러를 대줍니다. 이후 틸은 주커버그에게 여러모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는 후문입니다.

성공한 창업자의 대명사가 된 틸은 모교인 스탠퍼드대에서 스타트업을 꿈꾸는 후배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이 강의가 또 엄청난 인기를 얻습니다. 강의 내용을 엮은 책 ‘제로 투 원’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틸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정신적 지주’ 반열에 오릅니다.

그런 틸의 이면과 관련된 소식이 최근 연달아 들려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 미국 프로레슬링계를 호령했던 헐크 호건. 2012년 미국 인터넷 언론사 ‘고커’가 호건의 불륜 섹스비디오를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호건은 사생활 침해라며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죠. 2016년 플로리다 법정이 ‘고커는 호건에게 1억4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고커는 파산합니다. 그런데 호건 뒤에 틸이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2007년 고커가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틸이 동성애자임을 공식화한 것에 앙심을 품은 틸이 호건에게 거액의 소송 비용을 지원해준 것이 드러났죠. 최근 출간된 책 ‘컨스피러시’에 이 같은 내용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틸의 전기 ‘콘트래리안’을 쓴 맥스 채프킨 비즈니스위크 기자는 ‘틸은 포식자가 승리한다고 믿는 엘리트주의자이고, 독일계 이민자면서 이민자를 탄압하는 트럼프 지지자’라고 말합니다. 그의 사상이 페이스북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웠는지 따라가다 보면 페이스북이 트위터와 달리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무리한 메시지에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또 어쩌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해 절로 이해가 됩니다.

‘스타트업은 독점해야 한다’는 틸의 주장이 실리콘밸리의 절대 가치로 자리 잡은 데 이어 한국 스타트업에도 금과옥조가 되었습니다. ‘경쟁보다 독점’이라는 가치가 스타트업계를 휩쓰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점유율 70% 독점 기업이 된 후 이런저런 구설에 시달리는 ‘야놀자’가 국감에서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며 해본 생각입니다(관련 기사 p66~67).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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