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블랙아웃' 그런 날은 맞지 말자

2021. 10. 28. 09: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칼럼]
환경 규제 강화로 탈탄소 속도..전기 생산 비용 증가 불가피
인플레이션 우려에 전기료 인상 막았지만 '블랙아웃' 우려

밤낮없이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을 당연한 사실처럼 여긴다. 하지만 전력 공급 중단으로 불빛이 사라져 암흑에 휩싸이는 ‘블랙아웃(blackout)’은 과거에 흔한 일이었다. 공장이나 주요 시설에서 비상용 전원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반 가정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 양초를 준비해두고는 했다. 전기가 갑자기 끊어진 블랙아웃 공포는 종종 영화 소재가 됐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블랙아웃이 발생하고는 했는데 1977년 뉴욕 대정전이 유명하다. 당시 블랙아웃으로 불빛이 사라진 가운데 뉴욕은 약탈과 방화, 난동의 혼란에 휩싸인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블랙아웃은 이어졌다. 2019년, 공교롭게도 42년 전 1977년 대정전 날짜와 같은 7월 13일 뉴욕에서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2019년 뉴욕 블랙아웃이 변압기 화재 때문이었던 것처럼 미국에서 있었던 블랙아웃 대부분은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블랙아웃은 전기라는 경제적인 자원 배분과 관련된 것이다. 즉, 생산되는 전기가 필요한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 공급이 부족한데 특정 지역에서는 필요한 전압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대신 다른 지역은 아예 공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블랙아웃은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경제적인 현상이다. 주요 제조업 생산시설은 대부분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기술집약적 성격을 지닌 고품질 제품 생산에는 간헐적이라도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일종의 ‘경제 인프라’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기 공급 품질은 6.41(7.0 만점)이다. 미국이 6.24로 우리보다 낮고 캐나다(6.58), 일본(6.66), 독일(6.18)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춘 국가 중 우리나라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정적인 전기 공급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에 의존하는 발전을 어떤 방식으로든 줄여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탈탄소 방향 자체를 거스를 수 없기에, 전기 생산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물리적인 정전이 발생하지 않아도 전기 공급 교란에 의한 경제적 블랙아웃 위험은 커지고 있다.

석탄 재고 부족으로 탈석탄 발전을 할 수밖에 없던 중국은 경제적인 의미의 블랙아웃이 발생해 산업 전체와 국민의 경제적인 삶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중국도 풍력, 수력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발전에 힘쓰지만 현실적으로 석탄에 의존하지 않는 전기 공급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제적인 탈탄소 추세를 따라가되 경제적 블랙아웃 공포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전기 생산,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거세지는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물가 상승 우려로 전기료 인상을 일단 막아놓은 상태다. 생산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격 현실화 없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 최근 중국에서 확산되는 블랙아웃 공포도 전기 생산비가 증가한 상태에서 전기료를 통제하는 상황이 사태를 악화시켰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