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전쟁..실리와 명분 사이 줄타기

임상균 2021. 10.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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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지구 지킨다며 자국 이익부터 챙기던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서 바뀌었을지..韓 탄소중립, 영리한 대응을
“10년 후 굶어 죽을 건지, 100년 후 물에 빠져 죽을 건지 결정하는 겁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 협력인 교토의정서가 본격 발효된 2005년. 매일경제는 세계 주요국의 대응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에 기자들을 파견했고, 필자는 유럽으로 날아갔다. 독일에서 만난 저명한 기후학자는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한마디로 함축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 이래 인류를 지키려는 노력이 진행된 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시행령 격인 교토의정서에서 주요 선진국별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이 확정됐지만 미국은 이에 반발하며 탈퇴했다. 온실가스 3대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도 개도국 대상 의무 감축량을 정하는 2차 이행 계획에 불참했다. 이들은 대신 한국, 일본, 호주를 끌어들여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지향하는 ‘아시아태평양 신기후협약’을 체결하며 교토의정서의 유럽 국가들과 맞선다.

아태 신기후협약 체결 직전 일본은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숨 막히는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국의 이런 움직임은 독일 학자의 언급 그대로였다. 온난화를 방치했다가는 인류의 공멸이 온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기에는 자국 산업과 경제의 붕괴가 두려웠다.

매일경제는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CO₂ 전쟁’으로 정의했다. 주요국들은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CO₂) 감축에 열심히 협력하면서도 이를 이용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교토의정서에서 의무 감축량을 채우지 못하는 국가들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ET), 공동 이행 제도(JI), 청정 개발 체제(CDM) 등 보완 수단이 마련됐다.

유럽 국가들이 주도한 이 메커니즘을 두고 미국 계열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전복을 노리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반면 자발적 감축을 주창하는 미국에 대해 유럽 계열은 탄소 감축, 포집, 저장 기술에서 앞서 있는 미국·일본의 장삿속을 비난했다.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니 교토의정서가 제대로 가동될 리 만무했다. 결국 2020년 파리기후변화협정으로 넘어갔고, 국제사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의 자발적 설정이다. 강제 할당 때문에 무산된 교토의정서에 대한 반면교사였다.

덕분에 미국, 중국, 인도도 참여했지만 지금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또다시 탈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재가입은 했지만 아직 감축 목표도 만들지 못했을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외신이 들려온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내달 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이 내용을 발표한다.

기업들은 현실을 외면했다고 불만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한다. 방향만 놓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토의정서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온실가스 과다 배출국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파리 체제라고 그들의 이기주의가 바뀌었을지 의문이다. 명분과 국격도 지키면서 실리도 잃지 않는 ‘영리한’ 대응을 기대한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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